차병원ㆍ차의대 설립한 차경섭 명예이사장 별세
50여년 교육ㆍ인술 큰 족적
여성의학 발전과 후학 양성에 평생 힘써온 차경섭 차의대ㆍ차병원 명예이사장이 5일 오전 5시27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1919년 출생한 고인은 1941년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55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대에서 수학한 뒤 1960년 차병원 모태인 차산부인과를 개원했다. 이후 차산부인과는 고인의 아들인 차광렬 차병원 회장이 1984년 강남차병원을 설립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고인은 1962년부터 이화여대 교수, 연세대 외래교수와 고황재단(경희대) 이사와 이사장 등을 역임하는 등 40여 년을 학생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고인은 특히 1997년 모든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차의대를 설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경제가 어려웠던 1998년에는 아들 차 회장과 함께 400억 원을 재단에 헌납하기도 했다. 2000년부터 매년 재중동포 심장병 어린이를 초청해 무료로 수술해줬으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국내 어린이를 위한 무료 심장병 수술운동도 펼쳤다.
고인은 의학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쌓은 점을 인정 받아 2005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제4회 서재필 의학상과 2009년 자랑스러운 연세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세의료원은 2010년 고인의 의학적 공로를 인정해 ‘김명선ㆍ차경섭ㆍ김인수 암연구상’을 제정했다.
차병원 관계자는 “고인께서는 90세까지 매일 아침 7시에 열리는 의사들 세미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실 만큼 꾸준히 공부하셨다”며 “다른 건 다 아끼면서도 연구비는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성품이 훌륭한 분이어서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낙태해 달라고 찾아온 임신부를 설득해 돌려보내곤 했는데, 그때 태어난 아이가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고인을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유명한 일화다.
유족으로는 차 회장과 딸 광혜ㆍ광은씨, 며느리 김혜숙(차병원 고문)씨, 사위 이정노(차병원 부회장)ㆍ조세현(의료업)씨, 손주 원태ㆍ원영ㆍ원희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 국제회의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7일 오전 8시, 장지는 충남 논산시 선영이다. (031)881-7373~5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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