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철(왼쪽) 감독과 리쉘/사진=한국배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이정철(57) IBK기업은행 감독은 2016~2017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한해 농사를 가늠할 변수인 드래프트 지명 순서가 최하위인 6번째였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내심 점 찍었던 선수들이 하나 둘씩 상위 지명 팀들로 불려나갔다. 선택의 순간 이 감독은 뜻밖의 선수를 호명한다. 매디슨 리쉘(24ㆍ미국)이다.
리쉘은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184cm) 탓에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다. 게다가 그간 기업은행의 전통은 알레시아-데스티니-카리나-맥마흔까지 장신의 외국인 공격수를 선호해왔다.
그로부터 11개월 뒤 일종의 모험 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드래프트의 미운 오리였던 리쉘은 화려한 백조로 거듭났다. 정규시즌 공격 성공률 1위 및 살인적인 일정을 감당한 플레이오프(PO)와 챔피언 결정전을 거치면서 최고 용병이라던 알레나 버그스마(27ㆍ미국ㆍKGC인삼공사ㆍ190cm)와 타비 러브(26ㆍ미국ㆍ흥국생명ㆍ197cm)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챔프전 4경기에서는 139득점과 공격성공률 44%를 자랑했다. 휴식일마다 링거(수액)를 맞는 투혼 끝에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중계를 맡은 이도희(49) SBS 해설위원은 "정규리그보다 공격 점유율이 높아졌는데 파워는 떨어지지 않았다"며 "블로킹이 안 맞는 것은 아니나 맞고 멀리 튀어나간다. 그만큼 파워가 세다는 증거다. 체력은 타고난 것 같다. 한국에 오기 전 아제르바이잔 리그에서 하루걸러 하루 식으로 경기했다고 한다. 그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돌아보면 이 감독이 위험부담을 안고 리쉘을 지명한 이유도 파워와 체력을 높이 산 결과다. 이 감독은 "힘 하나는 장사"라며 "신장은 작지만 공격 리듬이 좋다. 특히 하체 테스트를 하면 근력이 웬만한 남자 선수 수준으로 수치가 나온다. 그래서 시즌을 치르는 동안 무릎과 발목에 잔부상 하나 없었다"고 강조했다.
리쉘이 보여준 내구성과 팀 공헌도를 생각하면 당연히 재계약을 해야 하지만 결정권을 쥔 이 감독은 못내 조심스럽다. 이 감독은 시즌 내내 "리쉘이 다 좋은데 키가 작은 것이 아쉽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는 "일단 국내 선수 구성을 보고 난 뒤 거기에 맞춰야 된다. 리쉘이 이른바 '몰빵'배구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리쉘은 챔프전 뒤 "지금 당장은 결정하기 어렵다"며 "한국에 8개월이나 있었다. 집에 돌아가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리쉘은 계약 우선권이 있는 기업은행이 아니라도 국내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일단 듣기로는 리쉘이 에이전트를 통해서 트라이아웃 재참가를 표명했다. 우리 구단은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전날까지만 확정해주면 된다"고 확인했다. 재계약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감독이 결정하면 구단은 따르는 편"이라면서 "리쉘과 재계약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올해 트라이아웃 신청 명단을 보게 되면 쿠바와 브라질 출신의 괜찮은 선수들이 꽤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선택권은 기업은행, 보다 정확히는 이 감독이 쥔 모양새다. 그만큼 한국은 그들에게 매력적인 리그로 인식된다. 이 감독은 "요즘 추세가 빅리그 특정 선수 몇몇 빼고는 몸값이 다 다운됐다. 리셀도 아제르바이잔에서 한국의 반밖에 못 받았다. 연봉 외에 한국은 케어를 다해준다. 돈이 안 든다. 가족 왔을 때 쏟는 정도 깊다. 8개월 있으면서 그런 판단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에는 PO 끝나니까 오빠를 오게 해달라고 해서 회사에 보고해서 흔쾌히 비행기 타고 오게 했다. 그런 부분들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정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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