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력시장인 미국에 진출한 한국전력공사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국내 관련 기업들의 미국 시장 동반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한전은 지난해 8월 미국 콜로라도주(州) 알라모사 카운티의 태양광 발전소 지분을 인수하고 운영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첫 미국 진출인데다 국내 기자재를 활용해 설비를 증설할 경우 150억원의 수출 증대 효과가 생긴다는 전망까지 내놓아 관련 업체들의 기대를 높였는데요. 최근 만난 한전의 고위 관계자는 “동반 진출할 마땅한 국내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알라모사 발전소의 태양광 패널은 렌즈를 설치해 빛을 모으는 집광형 방식입니다. 렌즈가 없는 일반형 패널의 발전 효율은 20% 미만이지만 집광형은 31%까지 올라갑니다. 빛 감지 센서도 달려 있고, 패널을 올려놓은 거치대는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패널이 태양 위치에 따라 기울기와 방향을 바꾸면서 태양빛의 입사각을 조정할 수 있어 발전 효율이 높습니다. 그런데 국내 태양광 설비는 이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일반형 패널, 고정식 거치대가 대다수라고 합니다. 태양광 발전이 아파트 베란다나 학교 옥상 같은 소규모 공간 위주로 보급되는 국내 시장에선 아무리 효율이 높아도 값비싼 설비를 갖추는 것이 매력적이진 않을 겁니다. 한전은 알라모사 방식과 동일한 설비를 대규모로 건설해본 국내 업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알라모사 발전소 운영은 한전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의 알라모사 진출이 성사된다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한전의 입지가 공고해지겠죠. 한전이 직접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만큼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경험 많은 해외 기업들과의 협업도 한전 입장에선 좋은 기회입니다. 저유가에 따른 호재가 언제 끝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 상업적 이익을 놓치기도 아깝습니다.
계약 절차에 따라 늦어도 다음달이면 알라모사 발전소는 완전히 한전 소유가 됩니다. 한전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의 정보를 입수해 분석하며 긴 호흡으로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는데요. 현지 실정에 맞는 외국 기업들과 안정적인 협업을 택할지, 북미시장 개척자로서 우리 기업들에게 새 길을 열어줄지, 한전의 선택에 에너지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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