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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순실 미르 설립 구상 뒤 ‘융성ㆍ삼성’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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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순실 미르 설립 구상 뒤 ‘융성ㆍ삼성’ 메모

입력
2017.04.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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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5억 기부, 명마 관리비’ 내용도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논란 땐

‘엘리엇’ ‘경영확대 목적’ 메모

박-이재용 독대한 날 ‘SS’ 기재

‘바이오’ ‘금융지주회사’ 등 적혀

[170404-7] 최순실씨가 4일 오전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 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170404-7] 최순실씨가 4일 오전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 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추가 확보한 뒤 환호했다고 한다. 지난 1월 19일 구속 영장 기각된 이재용(49ㆍ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새로운 증거 확보로 구속영장 발부를 가능케 할 ‘스모킹 건’이 나온 것으로 봤다. 실제로 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이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측을 지원하는 대가로 삼성의 현안을 해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볼만한 내용이 다수 있다.

안 전 수석은 2015년 7월 10일 수첩의 ‘경제정책회의’란에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의 이름과 함께 ‘엘리엇’이라고 적었다. 이는 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은 당시 상황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으로부터 국내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영권 승계를 안정적으로 이뤄야 한다는 삼성의 논리에 관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이후 메모에 담겨있다. ‘순환출자 해소’ ‘정관개정 필요’ ‘5%신고 규정 실행’ ‘자본시장법’ ‘공시의무 세세히’ ‘고유목적-경영확대 목적’ 등이 그것이다. 이날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의결한다.

특히 2015년 5월 최씨가 재단설립 아이디어를 낸 지 두 달여 뒤인 같은 해 7월 11일 대통령을 의미하는 ‘VIP’ 메모에는 ‘융성’ ‘삼성’ 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이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설립 구상 초기부터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을 핵심에 두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5년 8월 9일 부분의 ‘VIP’란에 ‘4. 동계스포츠-선수양성’ 항목이 등장하는 것도 의미 심장하다. 이 메모에는 ‘삼성 지원 스케이트 5억 원 기부’란 단어가 함께 적혀있다. 이는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약속 받은 내용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두 달 뒤 삼성은 최씨의 조카 장시호(38ㆍ구속기소)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5억5,000만원을 후원했다. 지난해 9월 24일 ‘VIP’란에는 ‘삼성: 명마 관리비 임대’란 문구도 등장한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언론에 알려지자 지원방식을 바꾸라고 지시한 내용으로 추정된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2월 15일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독대한 날, 수첩에 삼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SS’란을 기재했다. 여기에는 ‘바이오’ ‘금융지주회사’ ‘글로벌 금융’ ‘은산분리’ 등이 적혀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및 사업 관련 특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승계 및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삼성 현안을 돕도록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새마을운동 제대로’ ‘삼성 역할’ ‘미르, K-sport’ ‘빙상, 승마’ 등의 단어가 뒤를 잇는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빙상, 승마 관련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구속 혐의에는 삼성이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204억여 원의 출연금을 낸 것과 승마협회를 통해 최씨의 딸 정유라(21)씨를 지원한 내용이 포함돼있으며, 빙상연맹은 삼성이 오랜 기간 회장사를 맡고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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