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혜기자
경북도와 포항시는 최근 시 외곽으로 옮기기로 한 포항시 남구 상도동 시외버스터미널을 그대로 두고 고속버스터미널에다 백화점, 호텔 등을 합친 복합환승센터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침체한 도심 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존의 도시계획과 맞지 않는 것은 사후에 바꾸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도시의 확장 쇠퇴에 따라 먼저 주민여론을 수렴한 다음에 도시계획을 변경하고, 거기에 맞춰 각종 개발사업을 하는 것과 순서가 바뀌었다.
포항시는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시외버스터미널 운영업체인 포항터미널㈜이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제안서를 내자 “도시계획과 맞지 않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경북도도 이를 ‘존중’해 이 업체의 계획을 반려했다.
하지만 경북도와 포항시가 돌변한 것이다. 두 달 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도심 복합환승센터 개발이 필요하더라도 서두를 이유가 없어 보인다. 올해는 10년 단위로 조정하는 포항시 도시계획 재지정의 해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처리하면 된다.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극심한 도심교통혼잡을 초래하고, 전통시장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는 사업이라면.
도시계획은 땅의 용도를 바꾸고 특정 시설을 들어오게 할 수도, 막을 수도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이를 특정 개발사업자의 이해를 위해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포항시는 과거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도시계획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많다. 해도동의 고속버스터미널 부지도 시외버스터미널과 합치기로 했다가 2001년 시외곽인 흥해읍 성곡리로 옮기기로 했던 것을 이번에 복합환승센터로 옮기겠다고 한다. 그 사이 상도동 고속버스터미널 부지는 외곽 이전을 전제로 상업용지로 용도가 바뀌어 소유주는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다. 대잠동 화물터미널 부지도 용도폐지하고 주거지로 바꿔주는 바람에 땅 주인은 수백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원칙 없는 도시계획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초토화, 주차대란 등 각종 부작용을 불러 일으킨다. 종전 화물터미널 용도변경으로 화물차 주차대란이 벌어지고, 민원이 빗발치자 포항시는 230억 원의 혈세를 들여 화물차 주차장을 새로 짓겠다고 나섰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해 6월 시민참여형 도시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천명했다. 주민 59명을 시민참여단으로 위촉했다. 시는 20억 원을 들여 도시계획 재정비를 추진 중이다. 그런데 무엇이 급해서 공청회 한번 없이 시외버스터미널을 복합환승센터로 개발하겠다는 것일까.
특정인의 로비와 시장의 출신지, 특정 시의원의 개입설 등 온갖 설이 나돌고 있다. 특정 지주와 관련된 인사의 로비 때문이다, 이강덕 시장이 출신지인 남구지역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문명호 포항시의회 의장이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기업을 위해서 때문이라는 게 소문의 골자다. 포항시는 스스로 정한 원칙마저 무너뜨리며 특혜논란을 자초하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고백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는가. 사심이 개입했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가.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포항 복합환승센터’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본보 3월24일 및 4월5일자 대구경북면 ‘포항 복합환승센터 특혜 논란’ 기사에서, 포항시가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제안서에 대해 도시계획과 맞지 않다며 반대했고, 경북도에서도 사업계획서를 반려했다가 2개월 만에 이를 뒤집어 로비와 특혜 논란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확인결과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에 대해 포항시와 경북도가 공문을 통해 명시적으로 반대하거나 반려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와 과련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주체인 포항터미널㈜ 측은, “이 사업에 절차상 하자가 있고, 특정인에 대한 특혜나 인근 지주에 대한 시시차익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상업 및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복합공간 시설 건설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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