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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추억소환…대청호 주변 느린 여행지

입력
2017.04.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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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가 위치한 대청호반 주변은 넉넉한 풍경에 언제나 여유가 넘친다. 멀지 않은 과거의 숨결을 느끼며 호젓하게 즐길만한 느린 여행지도 곳곳에 숨어 있다. 호수 주변으로 피어나는 봄을 즐기기에 썩 괜찮은 곳이다.

청주 문의면 마동창작마을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로 먼저 입소문을 탄 곳이다. 청주=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청주 문의면 마동창작마을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로 먼저 입소문을 탄 곳이다. 청주=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넉넉한 대청호 품은 문의문화재단지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따스한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명칭만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문화재를 모아놓은 곳 같지만, 실제 국보나 보물급 문화재는 한 점도 없다. 이곳은 1980년 대청댐에 수몰된 청주시 문의면 35개 마을의 문화재(라고 할 만한 것들)를 모아놓은 곳이다. 가장 꼭대기에 옛 문의현의 객사인 문산관(文山館)을 복원했고, 수몰지에서 옮겨 온 고인돌과 효자각, 충신각 등을 곳곳에 배치했다. 여기에 충청지역의 전형적인 토담집과 양반가옥 등도 재현해 아담한 민속마을처럼 꾸몄다.

대청호가 내려다 보이는 아늑한 언덕에 자리잡은 문의문화재단지.
대청호가 내려다 보이는 아늑한 언덕에 자리잡은 문의문화재단지.
마을 어르신들이 만들고 판매하는 짚 공예품.
마을 어르신들이 만들고 판매하는 짚 공예품.
이병우 대장장이가 만드는 부엌칼은 대장간의 최고 인기상품이다.
이병우 대장장이가 만드는 부엌칼은 대장간의 최고 인기상품이다.

실제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잊혀져 가는 생활사를 되돌아보는 생기 넘치는 공간도 있다. 마을 중앙에 자리잡은 초가에선 ‘청남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짚으로 갖가지 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짚신과 똬리는 기본이고, 현대적 감각이 가미된 다양한 주머니와 새집, 모자까지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삶의 지혜가 넘치는 독특한 기념품이다. 바로 아랫집에선 60년 경력의 이병우(76) 할아버지가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다. 달군 쇠를 두드리고, 늘이고, 자르고를 10여 회 반복해 낫과 칼이 만들어 지는 과정도 볼 수 있다. 여기서 만든 칼은 관광객들에게 최고 인기 품목이다.

젊은 세대에게 유행하는 한복체험도 할 수 있다. 단지 규모는 크기 않지만 초가와 한옥이 어우러진 정겨운 풍경 속에서 한나절 봄 나들이를 즐기는 장소로 제격이다. 청남대문의매표소에서 가깝다. 입장료는 성인 1,000원, 어린이 500원이다.

산골마을 SNS스타 마동창작마을

문의면 마동리 산골에는 순전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입소문을 탄 마동창작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지도상 청남대 바로 뒤편이지만 찻길로는 17km 떨어져 있다. 내비게이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곳에 마을이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깊고 외지다.

마동창작마을은 특별히 꾸미지 않아 외형은 폐교 그대로다.
마동창작마을은 특별히 꾸미지 않아 외형은 폐교 그대로다.
교실을 개조한 셀프 카페. ‘돈 많으면 많이 없으면 공짜’다.
교실을 개조한 셀프 카페. ‘돈 많으면 많이 없으면 공짜’다.
카페 복도의 장식물도 자세히 보면 작품.
카페 복도의 장식물도 자세히 보면 작품.
숨은그림찾기 하듯 곳곳에 숨겨진 작품이 찾는 재미가 있다.
숨은그림찾기 하듯 곳곳에 숨겨진 작품이 찾는 재미가 있다.

마동창작마을은 엄밀한 의미에서 마을이 아니라 창작공간이다. 서양화가 이홍원 작가가 1993년 폐교한 문의국민학교 회서분교를 매입해 송일상 조각가와 함께 작업공간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오래된 교사(校舍)도 그렇고, 정돈되지 않은 마당과 아무렇게나 배치한 조각 등은 버려진 폐교의 모습 그대로다. 그러나 조금만 눈여겨 보면 돌도 나무도 건물 외벽도 아기자기하고 개성 넘치는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예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세태와 썩 어울리는 공간이다.

방문객이 꾸준히 이어지자 입장료 대신 교실 한 칸을 ‘셀프카페’로 꾸몄다. 컵라면, 커피, 차 등을 취향대로 끓여 먹을 수 있는데 가격은 ‘돈 많은 분은 많이, 없는 사람은 무료’다. 후원금 명목으로 알아서 ‘쩐통’에 넣어 달라는 당부다. 이홍원 작가는 잠시나마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하며 시골정취를 즐기는 공간으로 이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단 작품활동에 방해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다.

슬픔을 웃음으로, 현도장승공원

문의문화재단지에서 멀지 않은 구룡산 자락 현도면 하석리 마을에는 장승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마을에서 구룡산 정상까지 무려 500개의 장승이 세워져 있다. ‘2004년 3월 5일 엄청난 폭설이 내려 나무도 비닐하우스도 축사도 모두 쓰러졌다. 그러나 현도면 주민들은 쓰러진 나무를 모아 웃음과 익살 넘치는 장승을 만들어 세웠다.’ 공원 유래비에 적힌 장승의 내력이다.

현도 장승공원의 장승은 모두가 웃는 표정이다.
현도 장승공원의 장승은 모두가 웃는 표정이다.
500여개 장승이 구룡산 등산로를 따라 세워져 있다.
500여개 장승이 구룡산 등산로를 따라 세워져 있다.
현암사에서 내려다 본 대청호 풍경. 사진 중앙 호수 왼편 산자락이 청남대다.
현암사에서 내려다 본 대청호 풍경. 사진 중앙 호수 왼편 산자락이 청남대다.
현암사에 오르지 않고 도로변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도 한없이 평화롭다.
현암사에 오르지 않고 도로변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도 한없이 평화롭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으로 대표되는 장승의 이미지는 친근함보다 험상궂다. 이곳의 장승은 대부분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입꼬리와 눈꼬리가 올라가 웃는 모습이다. ‘진저브레드맨’ 형상이 있는가 하면, 연인처럼 다정하게 머리를 맞댄 모습도 있다. 장승 못지않게 마을을 감싼 산세도 푸근하다. 청주 관광안내서는 ‘현도장승공원’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인터넷지도에선 ‘구룡산장승공원’으로 검색해야 찾아갈 수 있다.

구룡산 남측 가파른 경사면에는 현암사(懸巖寺)가 자리잡고 있다. 사찰 바로 맞은 편이 청남대여서 5공화국 시절 폐사 위기까지 몰렸다는 뒷얘기도 전한다. 이름처럼 바위에 걸린 사찰인데, 사찰 자체보다는 대청호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대청댐 상류로 골골이 파고든 물길이 한눈에 펼쳐진다. 문의~신탄진간 591번 지방도에서 200m 지점이지만,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도로 옆 전망대에서 보는 대청호 풍경도 현암사 조망 못지 않게 넓고 시원하다.

청주=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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