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140조 늘어나
저금리로 연금 부채만 92조 급증
갚아야 할 국가 채무는 627조
국민 1인당 빚 1224만원 꼴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400조원을 돌파했다. 1년 만에 140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증가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공무원ㆍ군인 연금 충당부채(92조원)였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ㆍ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는 1,43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1,293조2,000억원)보다 139조9,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국가부채 1,400조원 시대’를 견인한 것은 공무원ㆍ군인 연금 충당부채였다. 총 75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충당부채는 추계기간(2016~2095년) 내 연금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 시점에서 추정한 돈이다. 당장 갚아야 할 돈은 아니지만 공무원ㆍ군인 기여금과 정부 부담금으로 조성한 재원이 지급액보다 부족하면 결국 이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충당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저금리 때문이다. 미래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추산해 충당부채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할인율’이 저금리에 따라 하락(4.32%→3.97%)하며 부채 규모가 급증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연금 수급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충당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이처럼 충당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자 정부도 2014년 공무원연금 수급자의 연금액을 5년간(2016~2020년) 동결하는 등의 개혁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군인연금에 대해서는 정치권 반발 등에 손도 대지 못했다.
국가부채와 달리 실제 현금이 오고 가는 거래만을 기준으로 ‘빚’을 계산한 국가채무(중앙ㆍ지방정부 채무)는 지난해 62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5조7,000억원 증가했다. 국가채무가 60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5,124만5,707명)를 토대로 계산한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224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채무 증가폭은 2012년(22조6,0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8.3%로, 0.5%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재정건전성 지표인 ‘관리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를 제한 수치)는 지난해 22조7,000억원 적자였다. 이 또한 2013년(21조1,000억원 적자) 이후 가장 적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히며 재정 수지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반 국민들이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한파와 1,344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로 최악의 상황에 몰린 가운데 정부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 침체기에 재정여건이 개선됐다는 것은 정부가 재정을 상당히 긴축 운영했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재정 운용은 오히려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도 “재정과 경기가 계속 엇갈리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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