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 ICC 소장 방한
“안보리 결의하면 예외적 가능”
“북한은 국제형사재판소(ICC) 로마규정의 가입국이 아니어서 ICC가 북한의 반인도범죄를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결의하면 예외적으로 가능합니다.”
4일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린 제8차 ICC 고위급 지역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실비아 페르난데스 데 구르멘디(62ㆍ여ㆍ아르헨티나) ICC 소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중대 인권 범죄를 다루기 위해 2002년 발효된 로마규정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124개국이 따르고 있다.
북한 인권유린 행위가 ICC 관할사항이 아니지만 안보리가 회부하면 예외적으로 제소가 가능하다. 그는 “관할이 없는 데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회부한 것은 ICC 설립 이래 2차례 있었다”며 2005년 수단 다르푸르 사건과 2011년 리비아 내전 사태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김정은을 회부하더라도 한국이 수사ㆍ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고 수사를 꺼릴 때 최후의 사법적 수단으로서 행사돼야 한다. 일단 국제재판소에 넘겨지면 한국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국경을 초월한 형사재판소가 설립됐지만 모든 범죄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로마규정 당사국에서 벌어졌거나 피의자가 당사국 국민인 사건에 대해서만 관할권을 가진다.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김정남 피살사건은 말레이시아가 당사국이 아니어서 ICC가 재판할 수 없다.
시간적 제약도 있다. ICC는 로마규정이 발효된 2002년 이후 벌어진 인도에 관한 죄와 전쟁범죄, 집단 학살 범죄만을 재판한다. 이 때문에 일본의 전쟁범죄도 회부 대상이 아니다. 페르난데스 소장은 일본을 ICC에 제소해 전쟁범죄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시간적 관할이라는 절대적 장벽이 존재해 회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ICC가 한국에서 지역고위급 행사를 개최한 이유는 아시아에서 로마규정 당사국을 확대해 관할권을 넓히기 위해서다. 페르난데스 소장은 “현재 아시아 지역 국가 중 3분의 1만이 로마규정을 따른다”며 “재판소가 국제사회의 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가가 로마규정을 비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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