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해리슨이 쓴 비틀스의 ‘섬싱(Something)’, 에릭 클랩튼의 ‘레일라(Layla)’와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은 한 여성에게 바친 노래다. 영국 모델이자 사진가인 패티 보이드(73). 팝 역사상 가장 많은 ‘메가 히트곡’을 헌정 받은 이가 보이드 아닐까.
이달 28일부터 열리는 ‘로킹 러브(Rockin’ Loveㆍ굉장한 사랑), 패티 보이드 사진전’을 앞두고 보이드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원더풀 투나잇’이 만들어진 밤의 얘기를 들려줬다. “파티에 입고 갈 옷을 고르느라 제가 엄청 시간을 끌었어요. 에릭이 화를 낼 줄 알았죠. 하지만 에릭은 그저 ‘당신 오늘밤 정말 아름다워(You look wonderful tonight)’라고 했어요.”
보이드와 해리슨, 클랩튼의 관계는 ‘홍상수 영화’를 닮았다. 해리슨은 1964년 영화 촬영장에서 만난 보이드에게 첫눈에 반해 뜨겁게 구애했다. 둘은 이듬해 결혼했다. “그녀의 몸놀림에는 뭔가 있어요. 다른 어떤 사랑과도 다르게 나를 끄는 뭔가가 있어요.”(‘섬싱’의 가사 중) 그러나 사랑은 오래 가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클랩튼이 등장했다. 해리슨의 친구이자 기타 멘토였던 클랩튼 역시 보이드에게 첫눈에 반했다. 1970년대 버전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보이드는 해리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삼각관계를 이용하다가 클랩튼을 차버렸다. 클랩튼은 술과 약물에 빠져 폐인이 됐다. 클랩튼은 당시 소속 밴드 데릭 앤 도미노스의 동료 짐 고든과 공동 작사한 ‘레일라’에서 짝사랑의 고통을 노래했다. “바보처럼 나는 당신을 사랑하게 됐어요. 제발 우리에게 길이 없다고 말하지 말아요. 내 사랑이 쓸모 없다고도 하지 말아요.” 레일라의 절절한 가사다. 보이드는 4일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레일라’”라고 했다.
보이드는 1977년 해리슨과 이혼하고, 2년 뒤 클랩튼과 결혼했다. 클랩튼이 마침내 보이드의 사랑을 얻은 기쁨을 노래한 곡이 ‘원더풀 투나잇’이다. 막장 드라마 같은 얘기지만, 해리슨과 클랩튼의 우정은 깨지지 않았다고 한다. 보이드와 클랩튼은 1989년 이혼했다.
보이드는 전설적 뮤지션 두 사람 모두의 첫 번째 부인이자 세기의 뮤즈인 셈이다. 이번 사진전의 부제는 ‘팝 역사상 가장 위험한 뮤즈’다. 사진전엔 보이드가 찍은 해리슨과 클랩튼 등의 사진 100여점이 전시된다. 보이드는 ‘두 전 남편 중 누가 더 좋은 피사체였나’라는 질문에 “에릭”이라고 했다. 보이드는 “에릭이 옷을 차려 입고 포즈를 취하는 걸 더 좋아했다”며 “내가 사진을 너무 많이 찍는다면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빼앗아 쓰레기통에 버린 적도 있다”고 했다. 사진전은 8월9일까지 서울 성수동 ‘S-Factory’에서 열린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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