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일만에 주한대사의 귀임을 전격 결정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대사에게 “한국에 위안부합의 이행을 요청하라”고 분명한 임무를 지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국 귀임길에 오르는 나가미네 대사를 출발 직전 도쿄(東京) 총리관저로 불러 이같이 지시했고, 나가미네 대사는 “전력을 다해 지금의 과제에 임하겠다”고 답했다고 NHK가 전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총리 면담뒤 기자들에게 “귀임인사를 하고, 총리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과제’는 현 한국정부는 물론 내달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2015년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위안부합의를 준수토록 요구하는 것과, 지난해 말 설치된 부산 소녀상 철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가미네 대사는 “한국측에 한일합의 이행을 어떻게 요구해 나갈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황교안)대통령권한대행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방안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대사의 예방을 받고 “차기 정권에도 위안부합의를 계승토록 요구하는데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아베 정부가 이처럼 한국에 결연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주한대사의 빈손 귀임에 대해 일본내 비판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주한대사의 일시귀국 강경책이 성과없이 끝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대사 귀임 결단은 지난달 3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사무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상 내려졌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소녀상 문제에 대해 “한국측의 자세변화가 없으니 일본이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강경자세를 유지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이를 전면 재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론을 고수하면 새 정권 출범때까지 대사 귀임 계기를 마련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특히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직접 위안부 합의이행 의지를 못박아야 하지만 주한대사가 아닌한 의전상 만나기 힘들다는 점이 고려됐다.
일본 정치권 반응은 여야간 상반됐다.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자민당 전 총무장관은 “위안부 문제라는 전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귀임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며 “당내 환영목소리만 있는 게 아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제1야당인 민진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간사장은 “한국대선 및 북한도발 상황에서 한국내 정보수집은 매우 중요하다”고 긍정평가했고, 공산당측은 “당연한 조치다. 대사소환 일방조치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반응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