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건우가 지난달 31일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전 잠실 한화전에서 내야 땅볼을 치고 전력 질주로 1루를 밟았다. 송구는 살짝 빗나가 한화 1루수 윌린 로사리오가 베이스를 밟지 못하고 박건우의 태그를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 1루심의 판정은 아웃이었다. 억울한 박건우는 벤치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김태형 두산 감독이 받아들였다.
이에 해당 판정을 내린 박근영 1루심과 최수원 구심이 그라운드에서 운영요원으로부터 인터컴 장비를 전달받아 판독센터의 결정을 기다렸다. KBO 비디오 판독센터에 자리한 판독관은 해당 영상을 돌려 ’세이프’ 결정을 내렸다. 박건우는 상대 실책으로 1루에 남았다. 올해부터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KBO가 4일 서울 상암동 트루텍빌딩 내 베일에 싸인 비디오 판독센터를 공개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 5개 구장의 큰 화면 아래 10개의 멀티 화면이 자리했다. 10개 화면은 7개의 중계방송사 화면과 KBO가 자체 카메라로 설치한 3개의 화면이다. KBO의 고정 카메라는 1, 3루에서 1루를 향하고 중앙 관중석에서 2루를 향한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2015년과 2016년 합의 판정 요청의 70%가 1루와 2루에서 이뤄져 카메라 3대를 해당 방향으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판독 센터에는 3명의 전문 판독관과 3명의 엔지니어가 자리한다. 판독관은 김호인 KBO 전 심판위원장과 2명의 1군 심판이 로테이션으로 구성된다. 이들 6명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정위치해 현장 연결 시스템을 점검하고, 지난 경기를 모니터 한다. 야구장 현장에는 KBO 카메라 관리, KBO 서버 관리, 인터컴 전달 등을 맡은 비디오 판독요원 5명과 구장당 1명의 보조요원 등 총 10명의 요원이 비디오판독 센터와 협력한다.
엔지니어들은 구장별 10개의 화면 중 현장에서 판독 요청이 들어오면 문제의 장면이 가장 잘 찍힌 영상을 선택한다. 엔지니어가 이 화면을 확대하면, 판독관들은 해당 장면을 정밀하게 판독해 정심 또는 오심을 결정한다. 애매한 판정이 아닐 경우 결정은 신속하게 이뤄진다.
이종완 판독센터 기술팀장은 “판독 요청이 들어올 것 같은 상황을 미리 돌려본다”면서 “현장의 심판들이 인터컴 장비를 이용해 ‘잘 들립니까’라고 판독센터와 교신하는 사이 사실상 비디오판독은 끝난다”고 설명했다. 정금조 센터장은 “개막 3연전에서 19차례 비디오판독 요청이 나왔고, 8번 판정이 번복됐다”며 “평균 판독 시간은 1분47초로 목표치로 설정한 2분 이내에 판독이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KBO는 지난해 8월부터 시뮬레이션으로 올 시즌 비디오판독 도입을 준비했다. 정심과 오심을 가를 화면을 재빨리 편집해야 하는 엔지니어는 여러 차례 시험으로 3명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냈다. 만약 2개 구장에서 동시에 판독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현재 인원으로 문제 없이 판독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판독 센터는 선수들의 부정 행위도 감시한다. 정 센터장은 “첫 타자에게 고의로 볼넷을 주는 것이 승부조작의 대표 사례였던 만큼 비상식적인 투수의 행동을 카메라로 찍어 화면을 자료로 축적하면 승부조작 의심 선수의 의혹 행위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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