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프린스 “난 트럼프 사절”
작년 1월 푸틴 측과 회동서 자처
WP “양측 비밀창구 개설 시도”
2007년 소속 용병들이 이라크 비무장지역에서 민간인 수십명을 학살했던 미국 최대 민간군사기업 블랙워터의 창립자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비공식 특사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측 인사를 만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과 러시아 간 연계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라크에서 미국인에 의해 자행된 최악의 전쟁범죄 당사자가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것이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블랙워터의 설립자인 에릭 프린스(48)는 트럼프가 취임하기 9일 전인 지난 1월 11일 인도양 서부 세이셸에서 이틀간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비밀리에 회동을 가졌다.
문제는 프린스가 이번 회동에서 트럼프의 비공식 사절로 참석했다는 점이다. WP는 “만남을 중개한 아랍에미리트(UAE) 고위급 관계자에게 프린스가 자신을 트럼프의 사절이라고 칭했다”며 “트럼프와 푸틴 간 비밀창구를 개설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백악관과 프린스 측은 즉각 부인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어떤 만남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게 없다”며 “프린스는 인수위 때 특정 역할을 맡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프린스의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완전히 날조된 주장”이라며 “이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명에도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WP는 “논쟁적인 인물을 트럼프 인수위나 행정부에서 공식 고용할 순 없었겠지만, 트럼프 자문단과의 관계 및 은밀한 사업에 능한 프린스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회동에 내보내기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린스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교육장관을 맡은 벳시 디보스의 동생으로, 트럼프의 최측근인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친분이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뉴욕에 있는 트럼프타워 정권인수위 사무실에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프린스가 설립한 블랙워터 소속 용병들은 이라크전이 한창이던 2007년 9월 16일 바그다드 니수르 광장에서 민간인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 30명 이상이 사상했다. 이와 관련 미 연방법원은 2015년 블랙워터 직원 4명에 대해 종신형과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프린스는 2009년 블랙워터를 매각했지만 여전히 중동, 아시아 등지에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UAE와는 2011년 800명 규모의 용병부대를 창설하는 계약으로 관계를 이어왔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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