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단골 선사’로부터 초대형유조선(VLCC) 3척을 수주했다. 올해 수주 10억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연간 목표인 55억달러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대우조선은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의 자회사 마란 탱커스로부터 31만8,000톤 규모의 초대형유조선 3척을 약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에 수주했다고 4일 밝혔다. 영국의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밝힌 VLCC 시세는 3월말 기준 한 척당 8,000만달러다.
대우조선이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길이 336m, 너비 60m 규모이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차세대 친환경선박으로 고효율 엔진과 최신 연료절감 기술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된다. 3척의 선박은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에 인도된다.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대우조선의 단골 고객사로 지난해 6월 대우조선의 추가 자구안이 발표될 당시에도 액화천연가스(LNG)선 2척과 VLCC 2척을 발주했고, 수주 가뭄이 지속되던 지난해 12월에도 부유식 LNG 저장ㆍ재기화 설비(LNG-FSRU) 1척을 발주했다. 이번 발주의 경우 지난달 14일 두 회사가 VLCC 발주 협의를 이미 마친 상황이었으나,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방안이 발표되고 대우조선이 자율적 채무 재조정에 성공해야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어 최종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방안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ㆍPre-packaged Plan)에 들어갈 경우에도 회사가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발주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1994년 첫 거래 이후 이번 계약을 포함하여 총 92척의 선박을 대우조선에 발주했으며, 현재 총 18척의 안젤리쿠시스 그룹 선박들이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와 루마니아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다.
이번 수주에는 노조도 힘을 보탰다. 홍성태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선주에게 편지를 보내 “대우조선 노사는 발전적이고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최고의 품질과 납기준수로 선주의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우조선은 이번 수주를 포함해 올 들어 현재까지 LNG선 2척, VLCC 5척 등 총 7척, 7억7,000만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 2월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LNG-FSRU 1척의 본계약을 예정대로 이번 달 체결하면 수주액 10억 달러를 달성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목표는 55억달러(상선 30억달러, 해양 15억달러, 특수선 10억달러)로 1분기당 13~14억달러의 신규 계약을 따내야 한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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