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 대한 정치 사찰 논란이 미국 보수ㆍ진보 진영의 사활을 건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 내통설’ 이후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성향 매체들은 반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 연일 이슈화를 시도하는 반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진보ㆍ주류매체는 오바마 정부의 사찰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관련 의혹을 최초 보도한 폭스뉴스에 이어 3일(현지시간)에는 블룸버그 통신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트럼프 선거캠프에 대한 사찰ㆍ정보 유출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1년 전부터 도청이 이뤄졌으며 당시 노출된 트럼프 선거캠프 관계자의 이름은 국방부 수뇌부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존 브레넌 연방수사국(CIA) 국장 등에게까지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내통’ 여부 감시라는 국가안보 차원의 도청이었더라도, 정보보고서에 민간인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주장대로 ‘민간인 사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자신을 두둔하는 보도가 잇따르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와 그 측근들에 대한 감시가 실제로 벌어졌었다. 전례없는 일이다”라고 밝히며 기세를 올렸다. ‘워싱턴 이그재미너’ 같은 군소ㆍ보수성향 매체들도 일제히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승기를 잡게 됐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주류언론은 이날까지도 ‘트럼프 사찰’ 논란에 라이스 전 보좌관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직접 보도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보수언론의 보도 사실을 간략하게 전하며, ‘러시아 내통설’을 덮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물타기 시도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주류언론이 관련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개탄했다’는 분위기만 전달할 뿐,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내용을 직접 다루지는 않았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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