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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500알로 430명분…대학 실험실서 히로뽕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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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500알로 430명분…대학 실험실서 히로뽕 만들어

입력
2017.04.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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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게…”판매책 유혹에 공모

연세대 대학원 졸업생 구속기소

연세대 대학원생 황모씨가 실험생에서 필로폰을 제조하는 데 사용한 도구들. 서울중앙지검 제공.
연세대 대학원생 황모씨가 실험생에서 필로폰을 제조하는 데 사용한 도구들. 서울중앙지검 제공.

유명 사립대 화학 전공 대학원생이 학교 실험실에서 감기약으로 히로뽕을 수 차례 제조, 브로커를 통해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3일 히로뽕 제조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로 연세대 대학원 졸업생 황모(25)씨와 판매책 한모(22ㆍ무직)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해 9월 채팅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했다가 ‘화학을 공부하신 분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한씨에게 연락했다. 평범한 학생이던 황씨가 마약사범으로 전락하는 덫에 걸린 건 이때다. 한씨는 대화 중에 “혹시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까”라면서 “히로뽕을 만들어주면 수익금 절반 정도를 떼주겠다”고 속삭였다. 이 제안에 황씨는 “그러면 감기약과 소금, 리튬 배터리 등 필요한 재료를 사달라”고 요구했다. 히로뽕 원료인 교감신경흥분제 슈도에페드린을 감기약에서 추출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처럼 화학 전공자인 그에게 히로뽕 제조는 손 쉬운 일이었다.

한씨는 약국 등을 돌면서 감기약을 500알이나 사 황씨의 대학원 실험실을 찾아 건네거나 택배로 보냈다. 황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연세대 실험실을 히로뽕 제조실로 이용해 두 달 동안 4차례에 걸쳐 히로뽕 13g을 만들었다. 시가 390만원 상당으로 1회 투약량이 0.03g인 점을 고려하면, 430명이 맞을 수 있는 양이다. 한씨는 이 중 8g을 106만원에 팔아 50여만원을 황씨에게 줬다. 황씨는 별다른 생활고를 겪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학적 호기심’이 주된 동기로 알려졌다. 마약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

대학 실험실서 마약 제조가 버젓이 이뤄진 데는 지도 교수 등의 관리 감독이 없었던 탓이다. 교수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실험이 아닌 학생 개인 실험에는 별다른 감독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연세대 측은 “경악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며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감기약으로 히로뽕을 만드는 수법은 오래 전부터 성행하고 있지만 사전 차단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달 초 20대 미대 졸업생이 16억 상당의 마약을 제조했다가 쇠고랑을 차는 등 2010년부터 7년간 감기약을 통한 히로뽕 제조 적발 사례가 16건이나 된다. 감기약은 누구나 쉽게 사는 일반의약품인데 제조법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황씨 사건 수사과정에서 감기약 제조법이 게시된 사이트 18곳을 확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속을 차단하도록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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