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5년 안양교도소에 수감되자마자 YS의 ‘5공 청산’에 항의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부인 이순자씨는 최근 펴낸 자서전에서 28일간의 단식 상황을 수십 페이지에 걸쳐 장황히 묘사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그 후 교도소 생활에 잘 적응해 식사도 거르지 않고 일어를 공부하고 대하소설 등을 읽으며 지냈다. 그런 그도 2년 넘게 수감된 뒤 풀려날 때는 “여러분은 교도소에 들어가지 말라”는 농반진반의 소감을 취재진에게 밝혔다.
▦ ‘범털’(사회 고위층을 일컫는 은어) 가운데서도 어릴 적부터 곱게 자란 재벌 2세들은 교도소 생활에 더욱 애를 먹는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2012년 감방 안에서 사경을 헤맸다. 우울증이 악화돼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섬망’증세와 호흡곤란 등으로 여러 차례 응급실에 실려갔다. 사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도 두 차례나 수감생활을 했지만 그때마다 몹시 견디기 힘들어했다. 그에 비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난생처음인 수감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편인 모양이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건강하게 버티려면 체력이 중요하다”며 그에게 근력 운동을 조언했다는 얘기도 있다.
▦ 탄탄대로를 걸어오다 하루아침에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진 범털들은 처음엔 억울함과 반발, 분노에 휩싸인다. 상당수는 정신적 충격으로 불면증과 노이로제,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심리변화가 오면서 유형이 나뉜다고 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명상과 기도 등으로 마음을 달래는 부류와 여전히 극심한 번민에 휩싸여 건강을 해치는 이들이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곡기를 사실상 끊고 귤만 먹어 체중이 크게 줄었다고 월간중앙 4월호는 전했다.
▦ 수감 닷새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교적 빨리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가 넣어준 책들을 읽거나 TV를 주로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책 가운데는 성경과 영어 원서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1992년 4월 21일 일기에 “흔히 남의 유혹에 빠졌다고 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이다. 아담도 이브도 뱀을 원망하기 전에 자기를 먼저 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썼다. 박 전 대통령이 이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성경을 읽으며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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