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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2대에 연달아 쾅…황당한 뺑소니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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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2대에 연달아 쾅…황당한 뺑소니 사고

입력
2017.04.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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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도로 건너던 40대 사망

1차 택시 부딪혀 옆차로 튕겨져

2차 택시 못보고 그대로 밟아

10m 끌고 간 뒤 사고현장 도주

동승 고객에 “물건 밟았나 보다”

태연하게 영업 계속하고 세차

경찰 “전망만 제대로 봤어도…”

9초 간격으로 택시 두 대에 연달아 치인 40대 남성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로 쓰러진 피해자를 그대로 밟고 10m를 끌고 간 ‘2차 가해’ 택시기사는 사고 현장을 벗어난 뒤 태연하게 영업을 계속하고, 세차까지 했다. 2차 사고를 당하기 전만 해도 피해자는 살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오후 11시43분쯤 택시기사 김모(58)씨가 서울 중랑구 면목동 소방센터 앞 왕복 6차선 도로(동일로)에서 교통사고로 쓰러진 자영업자 이모(48)씨를 들이받은 후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손님을 태우고 시속 55㎞로 장평교사거리 방향으로 가던 중이었다. 사고 당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덜컹거리면서 손님이 “무슨 일이냐”고 묻기까지 했지만 김씨는 “오토바이에서 물건이 떨어진 것을 밟았나 보다”라면서 50m가량 차를 더 몰았다. 이후 잠시 차를 멈추고, 창문을 열어 주변을 살펴 봤지만 이미 차 밑에 깔렸던 이씨가 튕겨져 나간 뒤였다. 이어 응급차량이 지나가는 걸 보고 ‘혹시 사람을 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김씨는 그대로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

피해자 이씨는 김씨 차량에 밟혀 끌려가기 불과 9초 전 다른 택시에 부딪혀 쓰러졌다. 무단 횡단을 하다 시속 35㎞로 달려오던 또 다른 김모(52)씨 택시에 치여 전면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힌 후 2차선에서 1차선으로 튕겨나간 상태였다. 먼저 교통사고를 낸 김씨는 바로 비상등을 켜고 차를 세웠다. 경찰은 “현장이 밝았고, 2차 가해 운전자가 전방을 제대로만 봤다면 비상등을 켠 1차 가해 택시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1차 사고를 낸 김씨는 그나마 경찰 신고 후 현장을 지켰지만, 2차 사고를 낸 김씨는 범행 30분 후 ‘혹시나’하는 마음에 현장을 찾았다. 더구나 당시 현장에서 피해자 수습 과정이 진행되고 있어 자신이 사고를 냈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고, 3시간 가까이 평상시처럼 근무를 한 뒤 세차까지 마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다음날 오전 11시쯤 은평구 소재 택시회사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사고 수습방안을 논의 중이던 김씨를 검거했다.

피해자 이씨는 간판 설치 및 배달 일을 하던 자영업자로 1차 사고 당시 두개골 등이 골절됐지만 사망에 이를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2차 사고 타격이 치명상으로 가해지면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씨 시신은 10m가량 차량에 끌려간 2차 사고 탓에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다. 손목에 그려진 작은 문신을 보고 유가족이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랑경찰서는 2차 가해자 김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 및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차 사고를 일으킨 김씨 역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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