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ㆍ통상마찰 불사 의지
中에 강력한 대북 영향력 요구
北경제 파탄후 핵포기 유도
선제타격은 우선 순위서 밀려
北도발땐 응징 구체안은 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6, 7일로 예정된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작업을 마무리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비판했지만,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정책도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오바마 정권이 중국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나선 반면, 트럼프 정권은 외교와 통상분야 마찰을 불사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요구하겠다는 측면이 다르다.
큰 틀에서 보면 새로운 대북정책은 기존 ‘제재ㆍ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다는 게 핵심이다. 북한을 국제 금융거래 시스템에서 완전히 퇴출시키고 근로자 인력송출을 차단하는 등 미국의 독자적인 제재 노력과 함께 중국에게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혹은 대폭 삭감 ▦대북 밀무역 단속 등으로 북한 경제를 파탄시키고 이를 토대로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포기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 요구에 호응하지 않으면, 대북재재법이 보장한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발동해 북한과 교역하는 중국 기업과 은행을 제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 결제시스템에서 배제를 의미하는 만큼 해당 중국 기업이나 은행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유인책으로 대중 무역카드를 제시한 점도 의미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낸셜 타임스(FT) 인터뷰에서 유인책은 “모두 무역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북핵문제 협상을 위해 관세ㆍ환율문제 등 대중무역 카드를 활용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처음이다.
‘제재ㆍ압박’의 대안으로 일부에서 거론된 ‘선제타격’ 이나 ‘대화 카드’는 예상대로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다만 북한 도발이 언제라도 선을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유사시 군사적으로 응징하는 구체 방안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군부 인사들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북한 위협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FT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거부하면 미국 혼자 북한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힌 배경 및 구체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을 앞두고 통첩성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과 시 주석이 미국 요구에 미온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선 잡기용’ 포석이라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직전인 지난달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은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 그들은 수년간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 중국은 도움되는 일은 거의 안 했다”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중국이 대북 정책에서 비협조 입장을 고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군사타격을 배제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의 초당적 협조를 바탕으로 ‘초강력 대북제재법’을 신속하게 통과시켜 원유ㆍ원자재ㆍ인력 등 북한과 교역하는 개인이나 기업을 국적 불문하고 제재할 가능성이 크다.
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김정은 일가가 스위스 혹은 제3국 금융기관에 은닉한 달러표시 자산을 찾아내 동결하는 방안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권에서 시도된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에 대한 사이버공격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 북한을 군사적으로 동시에 위협하는 방법으로 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과 일본 배치 및 전략폭격기 혹은 핵잠수함 등 전략무기의 상시 배치하거나 대만에 F-35 등 첨단무기를 판매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백악관과 내각의 안보라인 요직에 대한 임명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보험ㆍ세제개혁 등 국내 정치변수에 매달릴 경우에는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는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게 워싱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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