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27ㆍ메디힐)이 시즌 첫 메이저대회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제2의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유소연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다니아 쇼어 코스(파72ㆍ6,76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7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기록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의 성적을 낸 유소연은 렉시 톰프슨(22ㆍ미국)과 함께 연장전을 치른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유소연은 이 대회 우승자의 전통에 따라 '포피 폰드(Poppie's Pond)‘에 뛰어들며 최근 우승 가뭄을 온몸으로 씻어냈다. 포피 폰드는 다니아 쇼어 코스의 18번홀(파5)을 감싸고 있는 대형 연못으로 1988년 우승자 에이미 앨코트(미국)가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캐디와 함께 뛰어든 이후 이 곳만의 우승 세리머니로 자리잡았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2004년 박지은(38ㆍ그레이스 박)을 시작으로 2012년 유선영(31ㆍJDX), 2013년에는 박인비(29ㆍKB금융그룹)가 입수했다.
2011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은 이로써 메이저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LPGA 투어 통산으로는 4승째다.
이번 대회에서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톰프슨과 공동 1위에 오른 채 4라운드까지 마친 유소연은 18번홀에서 연장전을 펼쳤다. 유소연의 두 번째 샷은 18번홀 그린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3번째 샷인 칩샷은 홀을 2m가량 지나갔다. 유소연은 이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고 우승을 확정했다. 톰프슨이 먼저 그린 아래쪽 가장자리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이후였다. 2014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 이후 우승 명맥이 끊겼던 유소연은 감격의 눈물을 흘린 뒤 캐디, 어머니, 여동생, 에이전트와 함께 포피 폰드에 온몸을 내던졌다.
이 대회 전까지도 유소연은 LPGA 투어 2017시즌 상금과 평균 타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올해 이번 대회에 앞서 출전한 4개 대회에서 유소연은 준우승 2회, 공동 5위, 공동 7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준우승 2회, 3위 1회 등의 성적을 내는 등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의 LPGA 투어 마지막 우승은 2014년 8월 캐나다여자오픈이었다. 특히 지난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였던 에비앙 챔피언십을 공동 2위로 마무리한 아쉬움을 올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털어냈다. 2011년 US여자오픈, 2012년 제이미 파 톨리도 클래식, 2014년 캐나다 여자오픈 등에서 우승한 뒤 한동안 잠잠했던 유소연이 새로운 전성기를 예고하는 분위기다. 또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도 지난주 3위에서 2위까지 오르며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1위 자리도 넘보게 됐다.
유소연은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오랫동안 LPGA 투어 승리를 기다렸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우승을 했다"며 “그린에서 눈물을 흘린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나에 대해 '잘하는 선수이지만 우승을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5m 퍼팅으로 우승을 결정한 상황에 대해서도 "손이 떨리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수천 번이나 연습한 퍼팅이니 넌 할 수 있어'라고 자신을 타일렀다"고 털어놨다. 톰프슨의 벌타 덕을 본 상황에 대해 유소연은 “갑자기 우승경쟁에 뛰어들 수 있었지만, 그 상황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 타, 한 홀에 집중했고, 그때까지 한 경기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면서 ”우승을 하고도 미묘한 느낌이 들지만 경기 도중 어떤 일이 발생했어도, 결국 톰프슨과 연장전을 치렀고 내가 우승했다"고 자신의 우승이 빛 바랠 우려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았다.
한국 선수는 이번 시즌 LPGA 투어 7개 대회에서 5승째를 거뒀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였던 에비앙 챔피언십 전인지(23)에 이어 최근 2개 메이저 대회를 연달아 제패했다.
한편 박인비와 호주동포 이민지(21), 수잔 페테르센(36ㆍ노르웨이)이 나란히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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