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고 있는 슈틸리케호와 달리 신태용호는 고지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다음 달 20일 국내에서 개막하는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나설 태극전사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신태용(47) U-20 대표팀 감독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10일부터 소집 훈련에 들어갈 25명을 발표했다. 이 중 21명(필드플레이어 18명, 골키퍼 3명)의 최종 명단을 추려 다음 달 8일까지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국은 얼마 전 막을 내린 4개국 초청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온두라스(3-2 승), 잠비아(4-1 승), 에콰도르(0-2 패) 등 본선 진출국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신 감독도 “솔직히 그 동안 우리 팀의 진짜 수준을 판단하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며 “우리가 본선에서 충분히 경쟁해볼 만하다고 느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회 개막 전까지 이어질 ‘40일 프로젝트’의 밑그림도 공개했다.
그는 “앞으로 2주 정도 고강도 체력 훈련에 비중을 둘 예정이다. 이후 전술 훈련과 포메이션 훈련 등 단계적으로 팀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달 합류한 루이스 플라비우(68) 피지컬 코치가 기존 우정하(37) 피지컬 코치와 함께 선수들 체력을 전담한다. 개막이 임박한 5월 11월과 14일께 본선 진출국과 두 차례 최종 평가전을 소화한다. 신 감독은 “각 대륙에서 1,2위에 오른 팀을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백승호와 이승우의 ‘로드맵’도 정해졌다.
백승호는 스페인으로 가지 않고 국내에 남아 이날부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플라비우, 우정하 피지컬 코치와 개인훈련을 소화한다. 신 감독은 “백승호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미리 몸을 만들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스페인으로 건너간 이승우는 유럽 유스 챔피언스리그 4강, 결승까지 뛴 뒤 5월 마지막 주에 합류한다. 원래는 10일 소집됐다가 17일경 스페인에 간 뒤 다시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는 아예 그곳에서 모든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신 감독은 “백승호와 이승우 일정에 대해 바르셀로나 구단과 얻을 건 얻고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잘 협조하고 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그는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약 2주 간 유럽파 선수들을 점검하기 위해 독일과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을 돌았는데 이 때 바르셀로나 구단 관계자들과 만나 긴밀한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기자회견 말미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축구협회는 이날 오후 기술위원회를 열어 최근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의 경질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신 감독도 사령탑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오로지 U-20 월드컵만 생각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며 선을 딱 그으며 “대표팀이 현재 위기 상황을 잘 헤쳐 나갈 것으로 생각 한다”고 짧게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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