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쉼ㆍ학습 균형 회복”
“음성적 고액과외로 몰릴 것” 팽팽
“부담 적은 중학생 학원부터 실시
고교생 대상은 1, 2년 뒤” 제안
전국 학원들에 대해 대형마트처럼 휴일 영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두고 교육계가 뜨거운 논쟁 중이다. 대형마트의 격주 휴무제가 영세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면, 학원 휴무제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부터 잠시라도 해방시켜주자는 취지다. “매년 치솟는 사교육비와 과도한 학습량을 줄일 방안”이라는 주장과 “학교 운영권과 학생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반박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2일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의 ‘학원휴무제 및 학원비 상한제 방안’ 위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50개 중ㆍ고등학교 학생 4,213명 중 1,470명(35%)이 매주 일요일에 학원을 다니거나 매주는 아니더라도 필요할 경우 다닌다고 답했다. 특히 일요일마다 학원에 가는 학생 가운데 충분히 쉬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중학생 39.6%, 고등학생 41.3%에 달했다.
김영철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 중ㆍ고교생과 학부모(1,786명) 가운데 각각 58%, 68%가 학원휴무제 도입에 찬성했다”며 “불필요한 사교육 규모를 감소시키고 공교육 정상화, 학생들의 여가 선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입시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학생 대상 학원에 먼저 학원휴무제를 적용하고 고등학생 대상 학원으로는 1,2년 정도 뒤에 확산하자는 단계적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교육시민단체 쉼이있는교육시민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조승래 박주민 의원 공동주최로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학원휴무제 법제화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나왔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원의 심야영업 제한에 대한 2009년, 2016년 두 차례 헌법재판소 판결만 봐도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공익 가치가 영업 자유보다 중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쉼과 학습의 균형 회복을 위해 학원휴무제 법제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학원 업계는 당연히 강력 반발한다.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대입 제도의 변화나 공교육 정상화가 우선되지 않고 애먼 학원의 운영권과 학생ㆍ학부모의 선택권만 제한하려 한다는 것이다. 박종덕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학생들의 쉼을 인정해주지 않는 공교육 내 근본적 병폐를 먼저 치료하려 하지 않고 모두 사교육의 문제로 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학생ㆍ학부모들 간 의견도 분분하다. “어른들도 ‘주 5일제’로 적정 노동시간을 보장받는데 ‘주 6일제’ 마저도 보장 못 받는 아이들의 학습 현실을 서둘러 바꿔야 한다”(고2 자녀를 둔 김모씨)는 목소리도 있지만, “미술대학 진학을 목표로 휴일을 활용해 미술학원에 다니는데 운영이 제한되면 값비싸고 음성적인 개인과외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중3 송모양)는 우려도 나온다.
학원휴무제 법제화는 양 측의 기본권이 정면 충돌하는 예민한 사안인 만큼 실행되더라도 ‘침해 최소화’ 원칙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경태 법무법인 에셀 변호사는 “도입 전 쟁점이 비슷했던 대형마트 격주휴무제나 게임 셧다운제도 자율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됐기에 실행 가능했다”며 “학원휴무제 역시 초ㆍ중ㆍ고 대상 학원 간 차등 적용, 예외 규정 등 세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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