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서 “대통령 된 게 원죄”
“나를 끌어낸 건 시대적 요청”
12ㆍ12와 5ㆍ17 정당성 강조
정의당 “살인자의 추악한 변명”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자신을 ‘5ㆍ18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자의적 해석을 두고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달 초 출간에 앞서 2일 사전 공개된 ‘전두환 회고록’의 서문에서 “지금까지 나에게 가해져 온 모든 악담과 증오와 저주의 목소리는 주로 광주사태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적었다. 이어 “광주사태로 인한 상처와 분노가 남아 있는 한 그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에 내놓을 제물이 없을 수 없다고 하겠다”며 “광주사태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 원죄가 됨으로써 그 십자가는 내가 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다. “나의 유죄를 전제로 만들어진 5ㆍ18특별법과 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에서조차도 광주사태 때 계엄군의 투입과 현지에서의 작전지휘에 내가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으려는 집요한 추궁이 전개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광주에서 양민에 대한 국군의 의도적이고 무차별한 살상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발포 명령’이란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항변하면서다.
1997년 4월 대법원은 ‘12ㆍ12, 5ㆍ18 사건’ 확정판결에서 “광주 재진입 작전명령은 시위대에 대한 사격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수행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므로 발포 명령이 들어 있었음이 분명하다”며 전 전 대통령 등 피고인의 내란 목적 살인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다만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발포 명령을 내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전 전 대통령은 또 “어떤 이들에게는 아직도 12ㆍ12(쿠데타)와 5ㆍ17(비상계엄 확대)이 내 사적인 권력 추구의 출발점이라고 단정되고 있겠지만, 나를 역사의 전면에 끌어낸 것은 시대적 상황”이라며 자신이 주도한 역사적 사건들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정의당은 즉각 한창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살인자의 추악한 변명 그 자체”라며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구두 논평을 통해 “역사 농단”, “궤변” 같은 표현을 써가며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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