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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초월한 두 전우의 우정, 함정 이름으로 길이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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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초월한 두 전우의 우정, 함정 이름으로 길이 남다

입력
2017.04.0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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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를 구하기 위해 적진 한가운데 뛰어든 한국전쟁 참전용사 해군 조종사 토머스 허드너가 자신의 이름을 딴 구축함 USS 토머스 허드너호의 명명식에 참석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배스(메인)=AP 연합뉴스
동료를 구하기 위해 적진 한가운데 뛰어든 한국전쟁 참전용사 해군 조종사 토머스 허드너가 자신의 이름을 딴 구축함 USS 토머스 허드너호의 명명식에 참석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배스(메인)=AP 연합뉴스

추락한 전투기 안의 동료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자신의 전투기를 불시착한 한국전쟁 참전영웅이 93세 노병이 돼 자신의 이름을 딴 구축함 명명식에 참석했다. 주인공은 토머스 제롬 허드너 주니어(93) 해군 예비역 중령. 그는 한국전쟁에서 장진호 전투에 투입된 도중 동료이자 최초의 흑인 미국인 해군 파일럿 제시 리로이 브라운 소위를 구하기 위해 애쓴 일화로 인해 자신의 이름을 길이 남기게 됐다.

1950년 12월 4일 허드너 당시 해군 중위는 미 항공모함 레이테호를 떠나는 6인 편대에 속해 중국군에 둘러싸여 고립된 미 해병대를 구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됐다. 이때 허드너 중위는 동료 브라운 소위가 탄 전투기가 적진 후방에 불시착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브라운 소위의 전투기는 추락하면서 크게 파손돼 불이 붙었고 당장 구하지 않으면 전투기가 폭발해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다.

허드너 중위는 자신의 비행기를 강제로 불시착한 후 브라운 소위를 구하기 위해 애썼다. 조종실 문이 열리지 않았고 브라운 소위도 다리가 끼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허드너 중위는 기체가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타는 비행기 동체에 눈을 끼얹고 구조헬리콥터 파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허드너 중위는 결국 그를 꺼내지 못했다. 브라운 소위는 원망 한 마디 없이 “데이지(부인)에게 사랑한다고 전해 줘”라는 말을 남기고 의식을 잃었다.

자신은 물론 구조헬리콥터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일이었지만 미국은 허드너 중위의 헌신과 두 군인의 인종과 계급을 초월한 우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용사로서는 최초로 허드너 중위에게 미군 최고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

허드너 예비역 중령은 1일(현지시각) 미국 메인주 배스 아이언 워크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최첨단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토머스 허드너호’ 명명식을 지켜봤다. 브라운 소위의 동생들과 딸도 그의 이름이 해군 역사에 남는 행사를 함께 지켰다. 브라운 소위의 이름은 이미 1973년 소형 구축함 ‘USS 제시 L. 브라운호’에 남아 있다. 허드너 중위는 “제시(브라운 소위)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추락했을 경우 제시도 나처럼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회고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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