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가계대출에 대한 사실상 총량규제가 서민 생활자금 창구까지 봉쇄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투와 동원제일, 키움예스 등 일부 저축은행들은 최근 햇살론과 사잇돌대출 등 정책자금 대출을 중단, 축소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신규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제2금융권은 수익성 낮은 정책금융부터 줄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저금리 정책금융 대출선을 차단당해 고금리 일반대출이나 금리가 더 높은 대부업체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가계대출 억제책이 불가피함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지난해 말 국내 가계부채는 1,344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해에만 141조 원이나 증가한 결과다. 반면 같은 기간 가구 당 실질소득은 0.4% 줄었다. 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 이자수입에서 이자지출을 뺀 이자수지는 5조6,589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대출 급증에 따른 이자 지출로 가처분소득이 위축되면서 ‘가계부채 증가-가처분소득 위축-소비 위축’의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라 시중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11ㆍ3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으며 우선 은행권 가계대출을 억제했다. 그러자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였지만 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급기야 지난달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의 고위험 대출에 대해 충당금 비율을 20%에서 최대 50%로 상향하고, 사실상 총량규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2금융권 금융사들은 수익성은 낮고 연체율은 높은 저금리 정책금융 대출상품을 줄여 수지를 맞추려는 ‘자구책’을 가동했다.
금융당국은 당초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서민 생활ㆍ사업 자금 대출선이 위축되지 않도록 한다며 올해 햇살론 등 10% 대 중금리의 정책금융상품 공급액을 지난해 5조7,000억 원에서 7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총량규제가 일선 창구에서는 오히려 저금리 정책금융부터 고갈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민이라도 회수 가능성이 적은 고위험 대출을 늘리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무차별적 돈줄 죄기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서민 대출자들까지 한계상황으로 몰아가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3일부터 서민 정책금융 완화책을 일부 가동키로 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선별적 대출심사 시스템을 더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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