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소재-바이오-전지 매출 확대 목표
“2020년까지 1조4000억원으로”
中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견제
“남이 못 쫓아올 제품으로 돌파
공장 100% 가동해 흑자전환”
“사업성과와 연결되는 연구개발(R&D)은 물론 미래를 대비한 핵심ㆍ원천 기술에 선제 투자해 2025년 50조원 매출 규모의 글로벌 톱5 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지난달 31일 대전 문지동 대덕 연구단지 내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R&D 분야에 올해 사상 최대이자 동종업계 최대 규모인 1조원을 투자하고 매년 10% 이상 늘려 2020년 1조 4,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분야별 투자액은 전지 부문이 30% 이상, 나머지 기초소재ㆍ정보전자소재ㆍ생명과학 부문, 법인의 신사업 등이 각각 10∼20% 정도”라며 전지 사업에 방점을 찍는 한편 중국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전지사업 부문 실적 부진에도 매출 성장과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LG화학의 지난해 매출액은 20조 6,593억원이다. 10년 내에 매출을 2배 이상 불려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박 부회장은 R&D에 집중 투자해 기초소재 분야를 고부가치화하고 전지 및 바이오 분야의 매출을 크게 늘리겠다는 전략을 내보였다. 특히 전지는 LG화학이 기술력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견제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전지 부문은 영업손실 493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의 전기차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중국 난징 공장 가동률은 2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중국 공장 가동률을 최근 70%까지 끌어올렸고 조만간 100% 풀가동할 것”이라며 “올해 매출도 25~30% 성장시켜 흑자 전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중국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배터리는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지역에 수출하고 공장 설비는 고출력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돌려서 공장 가동에 큰 문제가 없다”고 부연했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전기차배터리 누적 수주금액 36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GM, 르노, 볼보, 아우디 등 전 세계 30여개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중국 전기차 보조금은 2020년이 되면 없어진다”며 “남들이 쫓아올 수 없는 기술력의 제품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전지 부문에 R&D 투자액의 30% 이상을 투입하는 것은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박 부회장은 “R&D조직에서 개발해 사업화한 신제품 매출액이 올해 8조5,000억원에서 2020년 16조3,000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을 목표하는데 그 중 기초소재와 전지 부문이 전체 신제품 매출액의 약 80%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연구 시설도 대폭 확장하고 인력도 2020년까지 1,000여명을 더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대전 기술연구원을 기존 6개 동에서 7개 동으로 늘린 데 이어 올 하반기부터는 서울 마곡에 건립 중인 융복합 R&D 단지 ‘사이언스파크’에 단계적으로 입주를 시작한다. 축구장 40배 크기인 30만㎡ 크기의 대전 기술연구원에는 LG화학의 전체 R&D 인력 5,300명 중 3,800명이 근무하고 있다. 간담회가 열린 이날도 LG화학의 차별화된 배터리 기술력의 산물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기저귀 등에 쓰이는 고흡수성 수지(SAP) 등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었다. 박 부회장은 “연구를 위한 연구는 지양하고 인류의 삶에 꼭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