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립 어린이집 1일 교사 체험
점심시간도 아이들과 일의 연장
청소ㆍ보육일지 작성 등 쌓여
밀린 업무 종종 집으로 가져가
교사 72% “근무환경 개선 필요”
“오늘도 미세먼지 ‘나쁨’이라 실내에서 수건을 이용해 신체놀이를 할 거예요.”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북 구립 샛별어린이집의 한 교실, 보육교사 오가선(35)씨의 말이 떨어지자 5세 반 어린이 19명이 일제히 일어나 수건을 던지고 동요에 맞춰 뛰기 시작했다. 오씨를 도울 1일 보육교사로 호기롭게 나섰던 기자는 동요 다섯 곡이 끝났을 때 급격하게 체력이 방전돼 숨을 몰아 쉬어야 했다.
보육교사의 하루는 쉼이 없었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휴게시간은 따로 없다. 점심시간도 업무의 연속이다. 아이들에게 배식을 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편식을 지도하고 이 닦기까지 생활습관을 가르치는 일도 교육이기 때문이다.
4시30분에 수업이 끝나자 다른 업무가 시작됐다. 교실 청소, 보육일지 작성, 수업준비, 평가계획표 작성, 각종 행정업무까지. 퇴근 시간을 넘기는 것은 예사다. 오씨는 “나도 아이(1)를 어린이집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있어 밀린 업무는 종종 집으로 가져간다”고 말했다.
보육교사는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것을 요구 받았다. 아이마다 등ㆍ하원 시간을 일지에 기록하다 부모상담 전화를 받는 동시에 교실에 있는 아이들의 안전을 돌보는 식이다. 1세 반 담임교사인 최우진(22)씨도 낮잠을 자지 못하는 영아를 다독이며 일과를 담은 사진을 오려 붙이고 발달상황을 적어 알림장을 작성하고 있었다. 최씨는 “아동학대 등 일부 교사들의 일탈행동이 부각되다 보니 교사를 믿기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말 못하는 영아를 맡기며 불안해 할 부모를 생각해 꼼꼼히 알려드리며 신뢰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어린이집 교사 1명당 0세 3명, 1세 5명, 2세 7명, 3세 15명, 4세 이상 20명을 맡는다. 정부는 누리과정(3~5세)을 3반 이상 운영할 때만 각 원에 보조교사 1명(4시간 이용) 채용 비용을 지원한다. 변해숙 원장은 “무상보육의 방향은 옳지만 현장의 업무량과 근로시간은 늘어났는데 원장 재량으로 이를 뒷받침 해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최근엔 아이를 못 받아 유아반 등을 폐지하는 국공립도 있을 만큼 아이는 줄고 있는데 인기 어린이집만 아이가 몰리고 일손이 부족해 허덕이는 쏠림 현상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은 담임교사가 돌아가며 오전 7시30분부터 아침 당직을 하고, 오후 7시30분까지 저녁당직은 보조교사가 도맡고 있다. 보조교사 당직비용은 원에서 부담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 1,5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속 기관이 정한 평균 근무시간은 8.8시간, 실제 근무시간은 평균 9.5시간이었다. 영유아보육법에서 정한 ‘8시간 근로’는 유명무실한 셈이다. 79.3%는 ‘보조교사가 없다’고 답했다.
월 평균 세 후 소득은 유치원 유아반 224만원, 어린이집 유아반 185만원, 어린이집 영아반 172만원이었다. 어린이집 교사 72.2%는 근무환경(근로시간, 소득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호봉제가 적용돼 그나마 소득이 낫지만, 민간ㆍ가정 어린이집은 원장 재량인 경우가 많다.
보고서는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교사 개인의 신념, 기술만큼 교사의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다”며 “보조교사 근무시간 늘리기, 휴게시간ㆍ공간 확보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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