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엄마..’ 수업 경쟁률 5대 1
페이스북, SAP도 지원 팔 걷어
“10년 넘게 웹디자이너로 근무했지만 회사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이더군요.” “출산과 함께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됐어요.” “반은 회사에, 반은 육아에 걸쳐있는 삶에 지쳐 ‘전업맘’(직장 대신 육아에만 전념하는 엄마)이 됐지만 허무함이 밀려오더라고요.”
지난달 30일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서울’에 29명의 엄마와 1명의 아빠가 한자리에 모였다.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엄마를 위한 캠퍼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날 모두 처음 만났지만 금세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30명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모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자 '나만의 사업을 꿈꾸는 예비창업가'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는 육아 때문에 창업의 꿈을 미루고 있었던 엄마, 아빠들의 창업을 돕는 구글 프로그램이다. 2015년 1기와 작년 2기에 이어 올해로 3년째다.
구글 캠퍼스 서울 바닥에 깔린 매트 위에는 뽀로로 인형들과 각종 장난감이 놓여있다. 9주 동안 이어지는 프로그램 기간 중 업무 공간 옆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과 아이 돌보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참가자들은 구글로부터 창업 아이디어 선정, 사업모델 수립, 제품 개발, 사용자 인터페이스ㆍ사용자 경험(UIㆍUX) 개발, 팀원 구성, 투자 유치 등 창업에 필요한 과정을 배우게 된다. 성공한 창업가, 스타트업 투자자 등을 직접 만나는 기회도 주어진다.
가사와 육아에 치이는 여성들을 창업 시장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은 구글만의 행보가 아니다. 페이스북(그녀의 비즈니스를 응원합니다), SAP(백투워크)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여성 친화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해 한국스타트업생태계백서에 따르면 서울의 여성 창업자 비중은 9%로 실리콘밸리(24%), 텔아비브(20%), 런던(18%) 등보다 많이 뒤쳐져 있다.
김우영(33)씨는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카카오에서 굵직한 서비스의 UX를 디자인하다 얼마 전 육아 문제로 퇴사했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서 한국어 교육 애플리케이션(앱)을 준비할 계획이다. 김씨는 “개발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IT 회사에서 디자이너는 뒤에서 부수적인 일만 해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뜻을 가진 팀원을 모으고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지원이 필요해 참가하게 됐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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