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적고 재배 면적 늘어
지난해 생산량 57만6,000톤
사과 팔아주기 운동으론 역부족
사과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과잉생산 등으로 2년 연속 사과가 남아돌면서 산지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사과 팔아주기 운동 수준을 넘어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전국적으로 57만6,000톤. 2015년 58만톤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2014년 47만5,000톤보다 무려 21.2%, 10만1,000톤이나 늘었다.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72%, 생산량의 87.5%에 이르는 경북은 지난해 50만4,294톤으로 2015년 50만3,558톤보다 되레 늘었다.
이는 최근 2년 연속 태풍 등 자연재해가 적었던 데다 충북 강원 등지에서 블루베리나 포도를 폐원하면서 대체작목으로 사과나무를 심는 등 재배면적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0여 년 전부터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많은 신품종을 대거 심은 것이 최근 들어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든 것도 한몫을 했다. 귀농ㆍ귀촌인구의 상당수가 사과재배에 뛰어드는 것도 과잉생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가을부터 사과값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과 주산지 지자체와 농민 등에 따르면 2016년산 사과 가격은 전년보다 20~25% 가량 하락했다.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경북 청송군은 15㎏ 1상자 평균 출하가격이 2만5,000~3만원 선으로, 전년 3만~4만원보다 급락했다.
대구지역 한 청과물 판매상은 "생산량이 많아도 품질이 좋아 가격이 크게 내리지 않았던 2015년산과 달리 2016년산은 착색기인 9~10월에 내린 잦은 비로 당도가 하락해 선호도가 낮다"며 "경기침체에다 청탁방지법 시행 등으로 선물수요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과일수요 자체가 준 것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과일 수입량은 전년대비 42%나 늘었지만 1인당 과일 소비량은 66.7㎏에서 63.6㎏으로 되레 줄었다.
3월초 기준 전국 사과 재고량 6만1,000여 톤 중 농가보유비율이 전년보다 17%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2015년산 사과를 대거 저장했다 홍역을 치른 산지유통상들이 수집물량을 크게 줄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경북도가 지난달 10~12일 대구 달서구 성서하나로클럽에서 농협 경북지역본부와 함께 ‘경북 명품사과 홍보ㆍ판촉행사’를 여는 등 지자체들이 사과 팔아주기 운동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사과 파동은 해마다 반복될 우려도 높다. 사과는 묘목을 심은 뒤 5년 정도 지나면 본격적으로 수확하는데 경북지역은 유목 비율이 20~30%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신품종 사과묘목구입비를 지원했던 영주시와 자체적으로 묘목을 생산해 저렴하게 공급하던 청송군은 올해부터 이를 중단키로 했다.
이모(65ㆍ경북 영천시)씨는 "당장 올해부터 재배면적을 줄이지 않는 한 당분간 생산량은 크게 늘고 가격은 내릴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며 "부정부패 방지도 좋지만 농민들이 살 수 있도록 청탁금지법은 보완하고, 고정적인 해외거래선을 확보해 과잉생산 물량을 국내시장에서 효율적으로 격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영주=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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