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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구속 새로운 나라 향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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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구속 새로운 나라 향한 출발점이다

입력
2017.03.3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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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됐다. 노태우ㆍ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역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법리적으로는 당연한 귀결이다. 박 전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퇴행적 행태에 비춰 보면 사필귀정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사상 초유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폭력이나 유혈사태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 파면 절차가 진행되고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우리 국민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징표인 셈이다.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법 앞에 평등’ 보여 준 법원의 결정

박 전 대통령 구속 영장 발부는 그를 사실상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사안의 중대성 등 검찰 주장을 상당수 받아들여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특검과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13개 혐의에 대해 상당한 증거를 수집해 놓았다. 박 전 대통령이 수족처럼 부린 참모가 깨알같이 받아 적은 업무수첩과 한마디도 놓칠세라 녹음한 녹취 파일은 결정적 물증이 됐다.

법원이 개별 혐의에 대한 판단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검찰의 뇌물죄 적용도 사실상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 실질심사에서 “한 푼도 개인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와 최순실씨를 공범으로 간주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씨 혼자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 해도 범행 계획의 수립과 실행 단계에서 공모관계가 성립한다면 법리적으로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법원이 밝혔듯이 “증거인멸 우려”도 영장 발부 사유의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건 초기부터 진정한 참회와 반성이 아닌 부인과 은폐, 꼬리 자르기로 일관했다.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관련자에게 허위 진술을 요청하는가 하면 최씨와 차명폰으로 통화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관련자들이 이미 구속돼 있다”는 이유로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해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했고 박영수 특검은 “국가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이라고 규정했다. 법원의 박 전 대통령 구속 결정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전직 대통령이란 이유로 불구속 선처를 베풀기에는 그의 행태가 너무도 중대하다고 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날 세월호 선체가 목포항에 도착했다. 세월호는 침몰사고 후 1,080일 만에 육지에 도착해 긴 ‘수학여행’을 마쳤다. 그 생때같은 생명들을 방치한 책임자는 그 순간 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시작했다. 헌재는 탄핵심판 결정문 보충의견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당일 오전 10시 집무실에 나와 정상근무를 했다면 생명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을 감추고 싶었는지 권력을 동원해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 앞으로 검찰 조사에서는 이에 대한 진상이 명백히 규명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도 무릎을 꿇고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고 해서 국정농단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 영장 발부와 피고인의 유무죄를 다투는 형사재판은 성격이 다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 이후에도 청와대 압수수색 등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합리적 의심 가능성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고 엄격하게 범죄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 국정농단을 비호ㆍ방조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SKㆍ롯데 등의 특혜 수사 등 남은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함은 물론이다.

대선 주자들 반면교사로 삼아야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그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제 모든 판단을 사법 절차에 맡기고 승복해야 한다. 태극기 시위대는 1일에도 도심에서 구속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언제까지 ‘박근혜’에 매달리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들을 부추겨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친박’도 하루빨리 정치 일선에서 물러서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퇴장으로 지난 50년간 계속돼 온 ‘박정희 패러다임’도 함께 종언을 고했다. 정치권은 국가 개조를 위한 개혁과제를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완성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대선 주자들은 박근혜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증유의 이번 사태가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새로운 나라로 향하는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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