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과 암살 용의자들이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31일 평양으로 출발했다. 시신과 이들은 전날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을 떠나, 이날 새벽 베이징에 도착했다.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김정남 암살 용의자 현광성 주말레이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이 31일 오전 2시(현지시간) 베이징에 도착해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이동했다. 이후 정오께 베이징 서우두공항 3터미널 귀빈실로 들어가 중국국제항공편을 이용해 평양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초 4월 1일 북한 국적기 고려항공을 이용하기 위해 하루 정도 베이징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신의 부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행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말레이에서 죽은 북한 국적의 시신과 북한 관련 인원은 이미 베이징을 경유해 북한으로 돌아갔다”며 “국제관례에 따라 인도주의 차원에서 중국은 시신 경유에 필요한 협조를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자국내 말레이시아인 9명도 평양에서 풀려나 31일 새벽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전날 북한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있는 유가족'에게 돌려보내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억류됐던 평양주재 말레이 대사관 고문관 모드 노르 아진 자인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북한에 의해 출국이 금지됐을 때 매우 두려웠다”라며 “북한 당국이 괴롭히지는 않았으며 평소와 같은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남이 지난 2월 13일 말레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된 후 북한 국적자들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말레이와 북한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말레이가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겠다고 발표하고 강철 주말레이 북한대사까지 추방하자 북한은 말레이 대사를 추방하는 맞불을 놓았다. 이어 북한이 자국내 말레이 국민의 출국을 금지하면서 양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말레이 역시 자국내 북한국민의 출국금지를 지시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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