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P플랜 땐, 수은 건전성 직격탄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1976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훨씬 웃도는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 등 수은이 돈을 댄 조선업종 기업들이 줄줄이 휘청거리면서 기업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거 쌓은 여파다.
수은은 31일 지난해 1조4,6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당기순이익 411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수은이 적자를 본 것은 1976년 창립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대거 적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이 지난해 3조2,343억원으로 전년(1조645억원)의 3배 가량으로 급증했다.
수은 관계자는 “당초 1조원 정도 적자를 예상했지만 회계법인의 의견에 따라 대우조선에 좀 더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적자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올해 산업은행과 수은이 총 1조6,000억원의 출자전환과 함께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도 지원하기로 한 만큼 수은으로선 당장 은행 건전성을 끌어올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0.7%다. 정부가 판단하는 적정 BIS 비율(10.5%)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대우조선이 정부가 조건으로 내건 3조9,000억원의 채권단 채무재조정에 실패해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에 들어갈 때다. 자금 부담이 더 커진 수은은 은행 건전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의 방법을 동원해 수은에 2조원을 자본확충 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부실 기업을 살리다 함께 부실해진 은행에 혈세를 쏟아 부었다는 지적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