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뉴스] AI 잠복기 지났는데 살처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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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AI 잠복기 지났는데 살처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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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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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닭 살처분 의미 없다 vs 방역이 우선, 예외 있을 수 없다

전북 익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의 닭들은 AI발생 이후 잠복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건강하다(왼쪽). 동물자유연대는 참사랑 농장이 충남대 수의대 서상희 교수 연구실에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검사결과 음성판정을 받은 결과를 공개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해 11월 16일 조류 인플루엔자(AI)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 대량 도살된 가금류는 모두 3,781만 마리에 달합니다. 사상 최대규모의 살처분도 문제지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지금까지도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전북 익산 동물복지농장인 참사랑 농장에는 지금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이곳 농장에서 2.1㎞ 떨어진 인근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인근 농장 닭 85만마리가 모두 살처분 됐습니다. 하지만 참사랑 농장은 획일적 살처분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지난 28일 법원은 신청을 기각해 지방자치단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익산시는 살처분 강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언제 집행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지만 그 사이 AI 최대 잠복기인 26일(발생일 5일로부터 21일)이 훨씬 지났습니다. 이 농장의 닭들은 지금도 무사하고 건강한데요. 잠복기가 지났음에도 팔팔하게 살아 있는 농장의 닭들을 살처분하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번 농장주와 동물단체는 잠복기가 지났고, 다른 농장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예방적 살처분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또 AI권위자인 충남대학교 수의과학대학 서상희 교수 연구실에 AI 바이러스 검사를 의뢰한 결과 전부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일 산란계 닭들이 바이러스에 걸렸다면 1주일 내 증상이 나타난다”며 “농장 닭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고, 전염원이 될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31일 정헌율 익산시장과 시의원들을 만나 살처분 명령을 취소하고, 해당 지역을 관리보호지역에서 예찰지역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예찰지역으로 전환되면 이동제한 해제 등 사후조치에 돌입해 인근 사육농가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입장은 다릅니다. 이미 다른 농장들도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한 거라 이 농장만 예외로 둘 수 없다는 겁니다. 앞으로 다른 농장들도 살처분 명령을 거부할 경우 강행할 근거가 약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음성이 나왔는데도 살처분을 실시할거면서 굳이 검사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는 AI 오염지표가 되기도 하지만 농가에 보상금을 지급할 때 음성일 경우에만 100%를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지자체는 또 잠복기가 지났다고 해서 그 지역에 문제가 남아있지 않다고 볼 수 없으며, 해당 농가에서 추후 AI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속한 방역이 우선이라고도 했습니다.

정부는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도 살처분을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물단체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발생농가 3㎞ 내 무차별 살처분을 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합니다. 미국과 일본은 발생 농가만 24시간 이내 살처분하고, 이동제한을 하는 등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영국, 일본, 미국은 살처분만으로 확산방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백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선진국은 AI발생 주기도 다릅니다. 2003년부터 지난 해 12월까지 조류독감 발생 건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112건에 달하지만 일본 32건, 영국 3건, 독일 8건, 스웨덴은 1건에 불과합니다. 즉 중국과 동남아처럼 AI가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살처분 정책만 고수할 게 아니라 백신 사용과 개발에도 힘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이미 병에 걸린 동물들을 도살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전파 가능성이 있으니 도살하고 이에 대해서는 돈으로 지급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닐 겁니다. 2003년 발생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AI가 최대 피해 규모를 갱신하며 발생한다는 건 살처분 만을 고수하는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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