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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회고록서 “박근혜는 능력 안돼, 대권 도움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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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회고록서 “박근혜는 능력 안돼, 대권 도움 거절했다”

입력
2017.03.3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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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권 도전 의지를 보이며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전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역량으로는 무리라는 판단에 대권의 꿈을 접으라는 뜻을 전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권 도전 의지를 보이며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전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역량으로는 무리라는 판단에 대권의 꿈을 접으라는 뜻을 전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태민이 근혜 양을 업고 많은 물의를 일으켜 10·26 직후 전방 군부대에 격리 조치했다”고 폭로했다. 전 전 대통령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2년 대권 도전을 앞두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능력으로는 무리라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전두환 회고록’ 발간에 앞서 30일 회고록의 일부 내용을 공개하고 박 전 대통령에 얽힌 사연을 비롯해 1987년 6월 직선제 개헌을 두고 노태우 전 대통령과갈등을 빚은 일화 등을 털어놨다.

회고록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10ㆍ26 사건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변을 적극적으로 관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은 “10ㆍ26 이후 나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애인 근혜 양과 함께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 등을 주도해왔던 최태민씨를 상당 기간 전방의 군부대에 격리시켜 놓았다”고 했다. 그는 “최태민씨가 근혜 양을 등에 업고 박정희 대통령을 괴롭혀온 사실을 이미 관계기관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나는 최태민씨가 더 이상 박정희 대통령 유족의 주변을 맴돌며 비행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격리시켰지만, 처벌을 전제로 수사하지는 않았다”며 “최태민씨의 행적을 캐다 보면 박정희 대통령과 그 유족들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히게 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국봉사단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자신에게 요청해왔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권 도전을 위해 도움을 요청했던 비화도 공개했다. 그는 “2002년 ‘미래연합’을 창당한 당시 박근혜 의원은 자신에게 사람들을 보내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히며 도움을 요청했다”며 “완곡하게 그 뜻을 접으라는 말을 전하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실패했을 경우 박정희 대통령을 욕보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전달하게 했다는 전 전 대통령은 “당시 박근혜 전 의원이 지니고 있는 여건과 능력으로는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의 이러한 모든 선의의 조치와 충고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고깝게 받아들여졌다면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 전 대통령은 10·26 이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뭉칫돈’에 대해서는 “10ㆍ26 당시 김계원 대통령 비서실장 방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금고의 9억5,000만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을 찾아냈다”며 이를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10ㆍ26 사건에 대한 수사비에 보태라며 3억5,000만원을 도로 가져왔다고 전 전 대통령은 주장했다. 이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7년 박 전 대통령이 TV토론에서 “9억 원을 받아 3억 원을 수사격려금으로 돌려준 것이 아니라 6억 원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는 엇갈린 진술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둘러싼 노태우 전 대통령(당시 민정당 대표)와의 갈등도 자세히 적었다. 특히 재임 중 군(軍)을 동원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직선제 개헌에 반발하는 노 대표를 설득했다고 전 전 대통령은 주장했다. 그는 6월17일 노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격화되는 소요를 물리적으로 진정시키려면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나는 임기 중 군대를 동원하는 일을 끝까지 피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직선제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야당이 선거를 보이콧할 것이고, 그러 식으로 당선되더라도 불안한 집권이 될 것”이라며 “야당이 현행 간선제를 기습적으로 수용하더라도 여론이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어 1971년 직선제 선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인기가 높았던 야당의 김대중 후보를 100만표 차 이상으로 누른 이야기로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그는 “노(태우) 대표는 박 전 대통령보다 얼굴도 잘 생기고 말도 잘하고 정치 때가 묻지 않아 신선하고 인상도 좋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결심을 촉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틀 뒤인 19일 다시 만난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직선제 개헌 수용 의지를 밝히면서도 “제가 직선제 수용을 포함한 민주화 조치를 건의 드리면, 각하께서는 크게 노해서 호통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욱 효과가 있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고 전 전 대통령은 증언했다. 노 전 대통령 자신이 직선제를 건의하고, 전 전 대통령이 이를 반대하는 모습을 연출하자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은 “역사에는 비밀이 없고 언젠가는 밝혀질 텐데 그때 국민들이 느낄 허탈감과 분노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라며 “노 대표가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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