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3.31
말레이시아 인권운동가 아일린 페르난데스(Irene Fernandez, 1946~2014)가 3년 전 오늘(3월 31일) 심장질환으로 별세했다. 그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단 한번도 권력을 놓아본 적 없는 말레이시아 여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nited Malays National Organisation, UMNO)의 만연한 부패와 공포정치, 민족ㆍ인종ㆍ성 차별의 억압적 문화 속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등 이주노동자의 인권,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헌신했다.
야당인 인민정의당(PKR) 최고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한 아일린은 1991년 난민ㆍ이주노동자 권익단체인 ‘테나가니타(Tenganita)’를 설립, 줄곧 의장을 맡아왔다. 그는 95년 7월 수용소에 감금된 방글라데시인 등 불법 이주노동자 59명이 비인간적 처우와 열악한 보건ㆍ방역 조건 속에 방치돼다 장티푸스와 각기병 등으로 사망한 사실을 보고서 형태로 폭로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즉각 그 사실을 부인했고, 이듬해 3월 “악의적 왜곡 사실” 유포 혐의로 아일린을 체포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앞서 84년 ‘인쇄ㆍ출판물법(Section 8A)’을 개정, “해를 끼칠 의도로 잘못된 정보를 공개할 경우”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의 언론 통제 수단이었다. 당초 그 정보는 일간 ‘The Sun’ 지 기자가 취재한 내용이었으나 편집진에 의해 묵살당하자 아일린에게 전달한 거였다.
7년여 간 이어진 1심 재판 끝에 아일린은 2003년 1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그의 여권은 법원에 의해 압수됐고, 피선거권도 박탈 당했다. 하지만 재판 자체가 말레이시아의 외국인노동자 인권 실태를 국제 사회에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05년 대안 노벨평화상으로 불리는 노르웨이의 ‘Right Livelihood Award 정의로운 삶 상’ 위원회는 그를 수상자로 선정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과 가난한 이주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운 용기”를 기린다고 밝혔다.
2008년 11월 항소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그의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을 나서며 아일린은 “마침내 긴 터널의 끝에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 빛은 그가 13년 만에 되찾은 자유의 빛이자, 여성ㆍ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의 빛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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