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근영중서 한ㆍ일공동수업 열려
안 의사 순국일에 맞춰 매년 진행
“안중근 의사는 개인 이토 히로부미가 아닌 일본 제국주의를 저격한 것입니다”
30일 오전 전북 전주 근영중학교의 한 교실 강단에 선 스즈키 히토시(63)씨는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안중근 의사님 고국에 언제 돌아오시렵니까!’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수업은 전 일본 요코하마중학교 역사사회교사인 스즈키씨와 조은경 근영중 수석교사가 맡았다.
조 교사는 2005년부터 해마다 한ㆍ일 공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3년 일본 도쿄 역사심포지엄에서 만난 일본 교육자들과 동아시아의 평화와 우호를 위해 역사 공동수업을 계획한 것이다. 공동수업은 107년 전인 19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날에 맞춰 전주 근영중과 도쿄 게이메이국제학교 등에서 23차례 열렸다.
‘안중근기념사업회’의 일본 측 위원인 스즈키씨는 13차례나 한국을 방문해 안중근 의사의 역사의식을 교육해왔다. 안중근 추모행사에도 매년 초청되고 있다.
토론식을 진행된 이날 수업에 참가한 2학년 학생 30여명은 위안부 문제와 일본 일부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스즈키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했다. 양 정부의 외교적 합의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답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우익 정치인들 가운데 일부가 헌법에 위배된 행동을 하고 있다. 참배하는 정치인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안중근 의사의 나라 사랑을 더 깊게 알게됐다”며 “다른 학교에서도 한ㆍ일공동수업이 열려 안 의사의 업적을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즈키씨는 “한ㆍ일 공동수업을 통해 한국 학생들이 일본과 일본인을 좀 더 가깝게 느끼고 한·일간의 당면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저는 일본이이지만 안중근 의사를 존경한다. 안 의사의 정신을 한국과 일본에서 힘이 닿는 한 알리고 싶다”고 희망했다.
조은경 교사도 “다양한 민간교류를 통해 미래의 주인공인 양국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진다면 안중근 의사의 바람처럼 동아시아 평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갈 것”이라며 “공동수업은 작은 실천이지만 모이고 계속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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