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박근혜 전 대통령)께 하고 싶은 말이요? 잘 좀 듣고 싶네요. 말씀하시는 걸 제대로 들은 적이 없어서…”
정치적 발언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방송인 김제동은 영창 발언 논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지 않았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톡투유’) 1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그가 속 시원히 정치적 소신을 드러낸 이유는 이랬다. “민주공화국에서 한 개인이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일입니다. 다만 ‘방송에서 그걸 드러내는 게 옳은 것이냐’는 각자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할 일이지요.”
2015년부터 방송된 ‘톡투유’는 청중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면 다른 이들의 생각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진행을 맡은 김제동은 최대한 말을 이끼고 마이크를 청중에게 넘긴다.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 청년실업, 세대 갈등부터 시국 관련 이야기까지 다뤘다.
폴리테이너(정치인과 연예인의 합성어)로 불리는 김제동은 자신의 발언을 곡해하거나 왜곡하는 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곡해나 오해는 전적으로 “시청자의 자유”라는 게 그의 말이다. 김제동은 책을 예로 들며 “작가가 글을 쓰지만, 독자가 글을 읽고 해석하면서 자신만의 두 번째 책을 만들어 간다”며 “내 발언 역시 시청자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시청자의 판단이 인격모독으로 이어질 때는 고소, 고발로 대처하면 된다”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김제동은 2015년 ‘톡투유’에서 군 시절 영창에 13일간 수감됐던 일화를 전했다가 거짓말 구설에 휘말렸다. 논란이 커져 그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일을 두고 국회의원들이 설전을 벌이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김제동은 “영창 발언은 사실”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국정감사에 응하겠다”했는데 출석을 불허해놓고 거짓말이라 하면 곤란하다는 입장도 분명히했다. 그는 “그날 장교 식당 위치와 무슨 게임을 했는지까지도 정확하게 기억난다”며 “이 부분은 꼭 짚고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제동은 지난해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헌법을 줄줄 읊으며 박 전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례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헌법을 1조부터 39조까지 외웠다”고 고백했다. 책을 읽듯 헌법을 읽다가 37조 1항에서 강한 울림을 느낀 게 계기가 됐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는 부분이었죠. 꼭 연애편지 같더라고요. 36조까지 사랑한다는 내용을 적어놓고 37조에 ‘그 동안의 내용에 안 담겼어도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잖아요. 헌법은 완벽하게 끊어지는 문장이고 더는 산문으로 풀어 쓸 수 없는 구조죠. 저에게는 너무 아름답게 느껴져요.”
그는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톡투유’를 진행할 것을 다짐했다. “정치적 발언을 왜 정치인만 해야 합니까? 기자도, 연예인도, 학생도, 아버지, 어머니도 누구나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헌법에 나온 권리를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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