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지역가입자 593만세대의 월 평균 건강보험료가 2만2,000원 인하된다.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피부양자는 단계적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 부담이 새롭게 생기고, 월급 외 소득이 연 3,400만원을 넘는 직장가입자는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조만간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확정안에 따르면 건보료 부과체계는 두 단계에 걸쳐 개편된다. 내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단계 개편’이, 그 이후부터는 ‘2단계 개편(최종 개편)’이 각각 적용된다.
지역가입자 부담 대폭 줄어
연소득 500만원 이하인 지역가입자에 대해 성ㆍ연령 등 기준에 따라 부과하는 ‘평가소득’보험료가 1단계부터 폐지된다. 대신 소득이 일정수준 이하인 지역가입자는 정액의 최저보험료가 부과된다. 1단계에선 연소득 100만원(필요경비율 90% 감안시 총수입 연 1,000만원 이하) 이하인 사람들이 최저보험료(월 1만3,100원) 부과 대상이며, 2단계에선 연소득 336만원 이하가 최저보험료(월 1만7,120원)를 적용 받는다. 다만 현재 내는 보험료가 최저보험료보다 적은 지역가입자는 1단계 기간 동안 인상분 전액을 경감해 현재 보험료 수준만 부과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주택에 부과되는 재산보험료도 축소된다. 1단계에선 세대 구성원의 총 재산 과표 구간에 따라 500만~1,200만원까지 금액을 공제한 뒤 재산 보험료를 부과한다. 이로써 349만 세대가 재산보험료 40%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2단계부터는 5,000만원을 공제해 582만 세대의 재산보험료가 41% 감소한다.
지금까지 15년 미만의 모든 자동차에 부과되던 자동차 보험료도 축소된다. 1단계에선 228만세대가 자동차보험료 55% 인하 효과를 보고, 2단계 이후부터는 4,000만원 이상 고가 차량에만 보험료를 부과해 294만세대가 자동차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역가입자 중 소득 상위 2%, 재산 상위 3%에 해당하는 고소득 사업자 등은 보험료가 인상된다. 인상 가구는 1단계 32만 세대, 2단계 16만 세대로 각각 추정된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남기 어려워져
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는 요건을 까다롭게 해 수십만명을 지역가입자로 전환시킨다. 지금까지는 ▦금융소득 ▦공적연금 ▦근로소득+기타소득 중 어느 하나가 4,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합산 소득이 1억2,000만원에 달하는 사람도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종합과세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적용해 피부양자 여부를 결정한다. 1단계에선 연 종합과세소득이 3,4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고, 2단계에는 2,000만원만 초과해도 지역가입자로 전환한다. 다만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 보유자는 소득 기준 초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더라도 연금 소득의 30%에만 보험료를 부과(2단계부터는 50%)하기로 했다.
재산 요건도 강화된다. 현재는 과표 9억원(시가 18억원 상당)을 초과하는 재산을 가져야만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1단계부터는 ‘재산 과표 5억4,000만원(시가 10억8,000만원)을 초과하면서 소득이 연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지역가입자로 전환한다. 이 기준은 2단계에선 ‘재산 과표 3억6,000만원(시가 7억2,000만원) 초과하며 소득이 연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로 더 엄격해진다.
또 1단계부터 부모나 자녀 등 직계 존비속이 아닌 형제ㆍ자매는 원칙적으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릴 수 없게 된다. 다만 이 같은 피부양자 요건 강화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사람들에게는 1단계 기간 동안 보험료를 30% 깎아준다.
현재 피부양자 2,049만명 중 1단계 기간에 36만명이, 2단계 기간에 59만명이 각각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월급 외 소득 많은 직장인 보험료 부담↑
직장가입자는 월급 외 소득이 많은 직장인의 보험료 부담이 커진다. 현재는 월급 외 소득이 연 7,200만원을 넘을 때만 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하는데, 1단계부터는 연 3,400만원, 2단계부터는 연 2,000만을 초과하는 월급 외 소득을 올리는 직장인에게 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이로 인해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가구는 1단계 13만 세대, 2단계 26만 세대로 추산된다.
2022년부터 건보료 수입 연 2.3조씩↓
이번 건보료 개편으로 줄어드는 건보료 수입은 1단계 기간 동안 연간 9,789억원, 2단계부터는 연간 2조3,108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피부양자와 일부 직장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지만, 지역가입자들에게 깎아주는 보험료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2단계 기준으로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사람들에게 더 걷는 보험료는 연 4,290억원, 월급 외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한테 더 걷는 보험료는 연 3,584억원으로 각각 추산되지만, 지역가입자에게 깎아주는 보험료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연 3조982억원에 달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