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녹지정책 개선 필요
환경단체 “체계적인 사후관리” 주문
제주시는 애월읍 하귀1리∼광령3리 도로구간에 차량 및 보행자의 안전과 보행자 편의를 위해 하귀1리 노견 확포장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 구간에는 광령3리 마을주민들이 식재한 벚나무 50여 그루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훌륭한 가로경관을 유지했었다. 봄이 되면 벚꽃길로 변해 도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시는 인도확보 공사를 진행하면서 이들 벚나무를 모두 제거해 버렸다. 살려둔 나무나 이식된 나무는 단 한그루도 없었다. 시는 벚나무가 도로와 보행로 사이에 있어 장애물이 되기 때문에 제거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제주시 건입동 사라봉 공원내에 문을 연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전수관 주차장. 이 곳은 지난 2010년 시민 250명이 생애주기별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해 먼나무 100그루를 식재했지만, 나무들은 사라지고 주차장으로 변했다. 시는 가정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결혼ㆍ출산 등을 기념해 나무를 심도록 하는 생애주기별 기념 내 나무 갖기 행사를 벌여오고 있다. 사업취지와 방식도 좋아 많은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12년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지역특화 사업에서 우수사업으로 선정돼 장관표창 및 1억원의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수관 건립과정에서 제주도가 나무 식재자들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한라도서관 인근으로 모두 이식했다. 나무를 심은 시민들의 이름이 새겨진 수목 표찰은 이식과정에서 대부분 훼손돼 누가 심었는지 알 수가 없게 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0일 보호관리는 뒷전이고 심으면 그만인 제주도의 나무심기 정책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그동안 도민들은 도가 마련한 나무심기 행사에 적극 동참해 왔지만, 나무심기 행사만큼 사후관리는 체계적이고 적극적이지 못하다”며 “도로 공사를 이유로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내 나무 갖기 행사에 참여해 식재한 나무조차 훼손돼 하루 아침에 주차장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분야 유네스코 3관왕을 획득하고, 세계환경수도 지정을 목표로 하는 제주도의 환경정책이 도민들 일상의 생활 속 환경에도 자리 잡고 있는지 의문”라며 “도민의 삶의 질은 거대한 프로젝트 추진이나 도로, 주차장을 넓힌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소해 보이지만 보호해야 할 가치를 존중하고, 작지만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며 이를 확대해 가는 것이 진정한 도민의 삶을 높이는 길이고, 제주의 환경을 지키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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