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사는 강모(52)씨는 11년째 차를 몰고 종로구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한다. 운전은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는 그는 “이제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다”며 “차가 많더라도 (가속페달을) 밟을 땐 확실히 밟아준다”고 했다. 구석구석 지름길도 훤히 꿰뚫고 있어 출퇴근길에 남들이 평균 40분 넘게 걸릴만한 거리를 5분 정도 단축하는 것쯤 ‘식은죽 먹기’다. 그는 “30년이 넘게 운전대를 잡은 만큼, 같은 길을 가도 누구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강씨를 비롯한 50대의 지나친 ‘운전 과신’은 되레 독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과속사고를 내고, 가장 많은 사람이 숨진 연령대가 바로 50대였다.
29일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5년 과속사고는 593건으로 3년 전인 2012년(377건)에 비해 63% 늘어났다. 이중 50대(51~60세)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가 148건으로 전체의 25%나 차지했다. 평균 운전 경력이 비교적 짧은 20대(137건)와 40대(123건)가 뒤를 이었다.
특히 전체 과속사고로 사망한 166명 가운데 50대 운전자가 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3명 중 1명꼴인 54명이나 됐다. 50대의 과속사고 치사율은 36%로, 전체 평균(28%)을 크게 웃돌았다.
공단 관계자는 “50대의 경우 신체 노화로 주변 물체에 대한 인지 및 반응 능력이 떨어지는데 비해 운전 경력을 과신해 규정속도를 자주 초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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