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립유치원 2곳 중 1곳 ‘운영비=원장 쌈짓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립유치원 2곳 중 1곳 ‘운영비=원장 쌈짓돈’

입력
2017.03.30 04:40
0 0

서울시교육청 전수조사 결과

총 124억 원장명의 보험 가입

9월 재정회계규칙 강화해도

개보수 목적 적립금 허용되면

원장 재산축적 악용 가능성↑

부산의 일가족 4명은 6개 유치원을 운영하며 118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의 일가족 4명은 6개 유치원을 운영하며 118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서울 한 사립유치원 원장 A씨는 자신 명의로 연금보험에 가입한 후 유치원 운영비로 매달 298만5,000원씩 보험료를 납부했다. A씨는 총 1억6,000여만원을 납입하다 2015년 보험을 중도 해지, 환급 받은 보험금 9,328만원은 자신의 계좌에 넣었다.

서울 다른 사립유치원의 B 설립자는 화재에 대비하기 위한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했다. 유치원 운영비로 매월 150만원씩 납부했는데, 이 중 화재 보장에 대한 보험료는 17만원뿐이었고 나머지 133만원은 단순 적금이었다.

서울 지역 사립유치원 2곳 중 1곳이 유치원 운영비를 털어 원장 등 명의로 보험에 가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위장거래, 가족 회사 간 부당 거래 등 지금까지 드러난 각종 재정 비리 유형에 더해 보험을 활용한 정부 지원금 빼돌리기가 사립유치원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29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말 사립유치원 보험가입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사립유치원(679개) 중 절반(334개ㆍ49.2%)이 만기환급형보험 등 123억9,800여만원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 1곳당 4,000만원 가량이다. 이들은 “시설 개ㆍ보수 등을 위한 적립금 성격”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재 사립유치원은 노후시설 개선을 위해 적립금을 쌓는 것이 금지돼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결국 이 보험금은 설립자나 원장의 주머니로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쓰고 남은 돈 돌려주지 않기, 지원금 부풀려 받기도 여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날 함께 공개한 유치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 사립유치원은 특성화활동비 급식비 등 학부모들이 낸 학비 중 사용하고 남은 돈 9,3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또 많은 유치원들이 먹은 만큼만 내도록 돼 있는 급식비를 매달 같은 금액으로 내도록 하고 있으며, 출석일수가 15일 미만인데도 정부 지원금을 전액 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재정비리는 전국적으로 횡행하고 있다. 경기에서는 운영비로 자신의 외제차 보험료를 납부하는 등 총 93억원을 부당 사용한 설립자가 적발됐고, 부산에서는 일가족 4명이 6개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며 교사 급여 계좌 이중관리 등으로 118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적발됐다. 정부가 전국 사립유치원에 지원하는 누리과정 지원금이 연간 2조에 달하는데 이 돈들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사립유치원에 개정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이 적용되면 재정 운영 투명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입ㆍ세출 항목을 세분화해 자금의 흐름을 명확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화된 재무회계규칙이 적용된다 해도 이중거래, 위장거래 등은 감사가 아니면 밝혀내기 쉽지 않을뿐더러, 특히 시설 개보수 목적의 예금 방식 적립금이 허용되면서 악용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적립금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보험 가입 등을 통해 지원금을 빼돌리는데 적립금이 공식 허용되면 개인 재산 축적 수단으로 변질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적립금이 허용되면 사립대처럼 돈을 쌓아놓고 쓰지 않으면서 개인 돈을 축적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