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내 타결 실패 땐 원자력 산업 정지
獨ㆍ佛 등이 英에 위탁한 플루토늄
소유권ㆍ저장비용 문제도 풀어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수면 아래 감춰졌던 난제도 드러나고 있다. 유럽 핵연구의 중심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플루토늄을 비축 중인 영국이 유럽의 원자력 규제에서 빠져나감에 따라 새로운 핵규제 체계 마련이 협상의 최대 고비로 작용할 전망이다.
브렉시트 협상과 동시에 전세계 이목이 쏠리는 곳은 영국 중서부 컴브리아주의 해안도시 시스케일이다. 시스케일에 자리잡은 셀라필드 원자력 단지에는 사용후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 126톤이 저장돼 있다. 이는 민간 차원의 플루토늄 비축량 중 세계 최다 수준으로, 무려 2만개의 핵폭탄을 제작할 수 있는 양이다. 문제는 이중 5분의 1이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가 위탁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추출된 플루토늄이란 점. 영국이 더 이상 이를 보유할 명분이 사라짐에 따라 플루토늄 소유권과 더불어 연 8,000만파운드(약1,105억원)의 저장 비용 배분이 가장 부담스러운 협상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플루토늄 처리 외에도 영국과 EU의 핵 관련 문제는 산적해 있다. 브렉시트는 곧 플루토늄 관리와 더불어 안전기준 설정, 핵에너지 연구 등을 총괄하는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ㆍ유라톰)로부터 영국이 튕겨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유라톰에서 자동 탈퇴되는 영국은 원자력 산업 유지를 위해 핵 물질 이동과 지적 재산권, 서비스 등 규제 법률을 정비하는 동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20여개 관련국과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협상에 실패할 경우 당장 원자력 발전소 운영부터 암 환자를 위한 방사선 치료까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이는 유럽 내 핵 연구를 주도해 온 영국과 아무런 연결고리 없이 결별해야 하는 EU에게도 정밀한 협상이 필요한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원자력 협상을 최종 탈퇴 시한인 2019년 3월 전에 타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영국 런던 소재 법률기업 프로스펙트로의 핵 전문가 루퍼트 카우언은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서 “영국은 몽유병 환자처럼 재앙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며 “핵 보호수단과 국제 규범에 맞는 새로운 기준들을 마련하지 못하면 모든 핵 거래를 중지할 수밖에 없어 산업이 멈춰 설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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