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로 홍보하는 게 그렇게 효과가 좋다는데…”
소프트웨어 개발자 이모(39)씨는 2015년 8월 평소 알고 지내던 윤모(33)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블로그를 통한 ‘바이럴마케팅’(입소문마케팅)이 유행하고 있으니 블로그 순위조작 프로그램을 개발해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였다. 블로그 접속자가 많아지면 인기순위가 높아지고, 인기순위가 높아지면 포털사이트에서 특정단어를 검색했을 때 우선순위로 노출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씨는 곧장 개발에 착수했다. 4개월 만에 자동으로 휴대폰을 특정 블로그에 반복 접속해 방문횟수를 올리는 어플리케이션(앱)을 제작했다. 판매는 윤씨가 맡았다. 윤씨는 마케팅업 종사자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광고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프로그램’이라는 내용의 홍보글을 올렸다.
이씨가 만든 프로그램은 휴대폰을 활용한 방식으로 기존 PC용 프로그램보다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 간단한 설정방법만 익히면 누구든 손쉽게 방문횟수 조작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기존프로그램이 시간당 고작 2, 3회 정도 방문횟수를 올리는 반면 이씨 앱은 최대 20회까지 올릴 수 있었다. 앱은 마케팅업체뿐만 아니라 네트워크형 병원, 로펌과 같은 일반기업에까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이씨와 윤씨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60개 업체에 앱을 팔아 2억9,700만원을 챙겼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씨 등 불법프로그램의 구매, 유통, 사용에 관여한 62명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경쟁업체의 블로그 순위를 떨어뜨리는 앱을 개발, 판매해 870만원을 챙긴 홍모(28)씨 등 관련자 2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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