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29일 운명의 승부를 벌였다. 안 지사의 텃밭인 충청권 경선에서 맞붙은 두 주자는 양보할 수 없는 일전에서 저마다 ‘정권 교체 적임자’임을 호소했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대세론을 굳히는 일전이고, 안 지사로서는 추격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이날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충청 경선은 사실상 마지막 경선 현장을 방불케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충청에서 안희정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수도권까지 갈 필요도 없이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1등 후보가 과반 득표를 넘어서면 결선투표를 진행하지 않고 3일 후보를 최종 확정한다. 후발주자들 입장에선 충청에서 문재인 대세론의 흐름을 끊지 못하면 막판 뒤집기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현장 연설은 팽팽했다. 문 전 대표는 "충청은 안희정이라는 걸출한 지도자를 잘 키워줬다. 저의 든든한 동지이자 우리 당의 든든한 자산"이라면서도 "이번에는 제가 먼저 정권교체의 문을 열겠다"고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이어 "저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지난 대선 이후 다시는 패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래서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며 "안희정 이재명 최성 후보, 국정운영의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 하겠다. 우리 동지들이 다음, 또 다음 민주당 정부를 이어가도록 주춧돌을 놓고 탄탄대로를 열겠다"고 화합의 메시지도 남겼다.
이에 안 지사는 “야당, 야당에서 여당에서, 청와대 문패 한 번 바꾸는 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냐”며 “상대에 대한 미움과 분노로 나를 찍어달라고 하면 70년 역사 동안 대북 통일 정책 하나 못 만드는 나라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고 대연정 제안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또 문 전 대표를 불안한 대세론으로 규정하고 “유승민, 안철수 이 대결에서 정말로 이길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청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재인 과반 저지’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안 지사를 응원하는 등 전략적 제휴를 맺는 모습이었다. 그는 "정치적 유산도, 세력도 없이 국민의 친구이자 비서, 적자로서 오로지 실적과 능력만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버니 샌더스의 도전을 막은 미국 민주당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상대 후보 연설 도중 야유가 간간이 터져 나왔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과열된 경선 후유증을 의식한 듯 애써 화합을 강조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입구에 모인 지지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뿐 아니라 다른 후보가 입장할 때도 박수를 보냈다. 특히 안 지사와 정책 노선에서 대척점을 달렸던 이 시장은 연설 이후 안 지사 지지자 층에게 와서 “안희정 파이팅”이라고 외치고, 안 지사 지지자도 “이재명”을 연호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양 캠프 공히 “일단 문재인을 50% 이하로 묶어, 결선 투표는 가야 한다는 데 이심전심 아니겠냐”며 연대의 뜻을 숨기지 않았다.
각 캠프는 저마다의 승리를 장담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안 지사의 텃밭인 만큼, 호남에서처럼 압도적 승리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과반은 아니더라도 1등은 유지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안 지사 측은 “문재인 대세론을 끊겠다”며 과반 득표를 별렀다. 충남 텃밭에서 몰표를 얻는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문재인 캠프의 조직력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충청도민들의 자발적 지지가 있는 만큼 1등을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대전=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