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데 이어, 29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절차를 공식 개시하기까지 영국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브렉시트 발단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발언이다. 2013년 1월 당시 캐머런 총리는 “2015년 총선에서 재선되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수당 내 유럽 회의론자들을 달래고, 영국 내 반(反)이민 정서를 기반으로 성장하던 영국독립당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전략은 적중했다. 보수당은 2015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어 승리했고, 세를 확장하던 영국독립당은 소수정당에 머물렀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유럽연합(EU)탈퇴를 EU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정략적 카드 정도로 여겼던 캐머런 전 총리의 예상은 빗나갔다. 분담금 문제 등 EU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생각보다 컸고, 지난해 6월 국민투표 결과 51.9%가 찬성표를 던지며 EU탈퇴를 지지했다.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이 현실화한 것이다.
국민투표를 통해 EU탈퇴가 결정됐지만 이후에도 영국 정부는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고등법원은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협상 공식 개시를 뜻하는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나 밀러 등 투자회사 대표들이 정부가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할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낸 데 따른 결정이었다. 정부가 항소했지만 올해 1월 대법원은 브렉시트를 개시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하급심 판결을 유지했다.
브렉시트 추진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영국 정부는 의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브렉시트 발동 법안을 제출해야 했다. 총리가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다는 간단한 내용의 법안이었지만 이번에는 상원이 발목을 잡았다. 3월 초 상원은 하원이 통과시킨 정부 원안에 영국에 거주하는 EU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최종 협상안에 대해 의회 승인을 구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추가해 하원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하원은 상원의 수정안을 부결시키고 다시 상원으로 보냈고, 이 같은 양원(兩院)의 ‘핑퐁 게임’은 지난 13일 상원이 더 이상 제동을 걸지 않기로 결정, 정부 원안이 최종 통과되면서 마무리됐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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