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 스캔들’ 논란 일파만파
의혹 덮기용 비판 받을 우려에
중의원 조기 해산 계획 보류
“골프 친구 학교 학부 신설 특혜”
국회선 또 다른 사학 의혹 터져
우익재단에 대한 기부 등 특혜 의혹이 확산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해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대책으로 조기 총선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돌연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엮이면서 ‘아키에 스캔들’로 불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자민당 일각에선 전격적인 중의원 해산으로 위기를 모면하자는 주문이 나왔지만, 정작 아베는 해산을 통한 ‘4월 총선’ 시나리오를 보류했다는 것이다. 아키에 스캔들이 커지면서 연일 지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해결책을 놓고 좌고우면하는 모습이다. 아베 정권 기반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정작 총리 본인이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집권 세력 내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
28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내에선 오사카(大阪)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매입 이슈를 일단락 짓기 위해 중의원 조기해산에 나서야 한다는 ‘주전론(主戰論)’이 부상했다. 더 심각해지기 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중의원 해산으로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사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민심이며 총선을 통해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겠다는 논리다. 이는 역대정권들이 야당에게 취약한 정치환경을 활용하는 매우 보편적인 위기돌파 수법이다. 실제 아베 내각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재도 제1야당 민진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허덕일 정도로 일본의 정치환경은 야당에 불리하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날 ‘4월 해산론’을 접은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산케이(産經)신문은 복수 정부관계자를 인용, 총리가 2017년도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자 중의원 해산계획을 보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28일 전했다. 자칫 의혹을 덮는 데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오히려 지금 단계에서 선거로 민심을 물었다가 기존 ‘3분의 2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개헌선을 위협받는 대신 정면돌파로 위기를 벗어나자는 생각이 앞선 것이다.
의회해산 여부를 놓고 궁리를 해 온 아베의 희망과 달리 전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선 또 다른 사학재단 문제가 돌출했다. 사쿠라이 미쓰루(櫻井充) 민진당 의원이 아키에 여사의 국회소환을 재차 요구하면서, 아베 총리가 오카야마(岡山)현 가케(加計)학원 이사장과 ‘골프 친구’란 점에서 해당 학원이 운영하는 대학에 수의학부가 신설된 경위를 캐물은 것이다. 가케학원은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今治)시에서 운영하는 오카야마 이과대에 수의학부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마바리시도 필요한 용지를 무상 양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나친 수의사 증가를 우려해 50년간 허용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정부 측이 시코쿠(四國) 지역에 수의학부가 없다는 이유로 국가전략특구를 활용한 신설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측은 아키에 여사가 이 학원이 운영하는 보육시설 명예원장이었다며 “모리토모 학원 문제와 똑같은 구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우익재단인 모리토모학원에 아베 총리가 거액을 기부하고 특혜를 제공했다는 아키에 스캔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공개된 TV아사히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0%가 “정부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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