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5년 국민계정 확정 및 2016년 국민계정 잠정’ 통계는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현실을 확인시킨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7,561달러에 머물렀다. 2006년 2만795달러로 2만달러를 돌파했지만, 선진국 기준으로 여겨지는 3만달러 벽은 10년째 넘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성장률도 2.8%에 머물렀다. 2012년 이래 5년째(2014년 3.3% 제외) 2%대 저성장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과 그에 따른 국민소득 정체는 우리 경제의 힘만으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불황의 여파가 우리 국민계정 향상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세계 경제가 미약하나마 회복하는 가운데서도 우리 경제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지금의 저성장이 경기변동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의 결과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또는 공정경제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성장 청사진 역시 절박함을 일깨우는 통계다.
성장과 소득의 정체 못지않게 이번 국민계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가계소득의 위축이다. 국민소득은 정부, 기업, 가계 등 GNI 3대 주체의 소득을 합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국민총가처분소득 1,632조6,000억원 가운데 가계에 분배된 소득은 929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56.9%였다. 2015년 57.2%에서 0.3%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정부소득은 376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23.1%를 차지해 2015년에 비해 비중이 1.1%포인트 늘었다. 가계소득은 감소한 반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이 늘어나면서 정부 곳간만 살찐 셈이다.
정부소득 증가는 가계소득 증가에 따른 자연스런 세수 증가의 결과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가계소득 비중을 깎아먹으며 정부 소득이 늘어나는 건 소득분배 정책의 실패를 확인할 뿐이다. 더욱이 ‘소비절벽’이 저성장의 골을 더욱 깊게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가계소득을 최대한 늘려 자연스런 소비활성화 효과를 내는 게 옳다. 정부는 지금까지 빈곤 가계소득을 지원하는 구휼성 정책에만 힘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심각한 저성장의 지속이 우려되는 차기 정부에서는 소비진작을 위해서라도 가계소득이 전반적으로 증대될 수 있도록 근로소득 증대책이나 조세감면 확대방안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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