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스 키친’(Youn’s Kitchen). 배우 윤여정이 주방장이 돼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작은 섬인 길리 트라왕간에 연 식당 이름이다. 물론, 전업은 아니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 등에서 호흡을 맞춘 나영석 CJ E&M PD와 손잡고 한 ‘예능 모험’ 일환이다. 윤여정은 후배인 이서진, 정유미와 함께 낯선 나라로 가 한식당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지난 24일 처음 방송된 ‘윤식당’에서 윤여정은 노심초사 끝에 불고기를 활용해 볶음밥과 샌드위치 등을 만들어 외국 관광객들에 팔았다.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 만드느라 땀을 흘렸던 노배우의 열정과 함께 눈길을 끌었던 건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휴양지의 외딴 섬엔 여유가 젖과 꿀처럼 흘렀다. 사람들은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경치를 즐겼고,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며 광합성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낭만을 낚았다. 눈이 따끔거릴 정도로 심한 미세먼지를 뚫고 출근 길에 올라 하루를 버틴 게 고마운 직장인에겐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 환상의 중심에 ‘윤스 키친’이 있었다. 이 ‘윤스 키친’이 방송에서와 달리 허물어진 채 흉물스런 공터만 남은 사진이 최근 온라인에 퍼지면서, 이를 아쉬워하는 시청자가 많다.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지만 ‘윤식당’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았던 ‘꿈의 식당’이 무너져 버린 데 대한 아쉬움이다. 방송 한 주 만에 식당이 폐허가 된 채로 드러난 데 따른 충격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윤스키친’은 온라인에 떠도는 사진처럼 진짜로 사라진 걸까. 28일 ‘윤식당’ 관계자에 따르면 ‘윤스 키친’으로 쓰인 현지 식당은 실제로 철거됐다. 이유는 “섬 해변 정리 사업 일환”이었다. 섬 측에서 환경 문제 등으로 해변 인근에 있는 식당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해 ‘윤스 키친’에 장소 제공을 했던 현지 식당도 철거됐다는 설명이다. ‘윤스 키친’ 현지 식당 주변 식당도 헐렸다.
‘윤스키친’ 현지 식당 철거가 시작된 건 지난달 말이었다. 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제작진에겐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촬영 장소를 섭외할 때 섬 측으로부터 해변 인근 식당이 헐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지난달부터 철거가 시작될 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윤식당’ 관계자는 “철거 시기가 예정보다 당겨져 결국 다른 식당을 섭외해 촬영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윤식당’에 출연한 배우와 제작진은 현지에 10일을 머물렀고, 일주일 동안 현지 식당을 운영했다. ‘윤스키친’ 현지 식당이 갑작스럽게 철거되면서, 두 곳의 식당에서 촬영하게 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이 상황은 내달 7일 방송될 ‘윤식당’ 3회에서 공개된다. 새 식당에서의 촬영은 3회 이후부터 소개된다. ‘윤식당’은 첫 회 6.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의 관심을 모았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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