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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는 가계, 아이도 안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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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는 가계, 아이도 안 낳는다

입력
2017.03.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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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인당 처분가능소득 1814만원

전년대비 3.5%↑…4년만에 최저

저축률은 8.1%로 환란 직후와 비슷

1월 출생아 3만5100명 최저치

혼인도 2만3900건 역대 최하 수준

국민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지갑을 꽉 닫는 이가 늘고 있다.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혼인은 했더라도 출산을 미루며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소비침체와 저출산 장기화로 경제는 물론 나라 전반에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위기가 밀려오고 있다.

지갑은 닫고 저축은 늘리고

28일 한국은행의 ‘2016 국민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814만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PGDI는 매달 벌어들이는 ‘세후 소득’ 개념으로 가계의 실질적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PGDI 증가율 3.5%는 2012년(3.3%)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늘지 않고 정체돼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가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덩달아 가계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분기 가계의 최종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4년 4분기(1.0%) 이후 최저치다. 최근 2년 분기당 2~3%대의 증가율을 유지했던 점을 감안할 때 정국이 어수선해지면서 소비까지 꽁꽁 얼어붙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갑을 닫은 대신 저축은 늘렸다.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은 전년과 같은 8.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가계가 벌어들인 만큼 소비하는 대신 저축만 했다는 얘기다. 경기가 위축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이에 대비하는 경향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8%대 가계순저축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8.4%) 이후 최근 2년이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저축률이 높아지는 것은 경제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가계소비성향이 낮아지는 부분은 경기회복 측면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 미루고 아이는 안 낳고

결혼하려는 젊은이들은 줄고 결혼 후에도 아이는 낳지 않는 가계가 늘면서 1월 출생아 수는 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혼인 역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 1월 출생아 수는 3만5,1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1.1%(4,400명)나 줄었다. 이는 월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1월 기준 최저치다. 지난 2015년 12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 추세도 이어갔다.

태어나는 아이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데는 혼인이 줄어 산모가 감소한 탓이 크다. 통계청 관계자는 "1979년과 1982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산모가 35세 이상으로 넘어가며 영향을 끼쳤다"며 "2014년 혼인 건수가 5.4%가 감소한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1월 혼인 건수는 2만3,900건이었다. 1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였던 1년 전과 비슷했다. 결혼하는 부부 수가 줄어드니 앞으로도 출생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 장기적으로 산모 인구도 감소해 저출산은 고착화되고, 이로 인해 생산가능인구 감소→경제 위축→실업률 증가→소비 침체→저성장 등의 악순환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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