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왕좌는 개와 고양이가 차지하고 있다. 인간과 어울린 역사는 개 쪽이 훨씬 길다. 개는 생물분류표상 늑대와 함께 개 과(family)로 분류되고 종(spiceis)은 늑대이다. 늑대는 1만5,000년 전에 처음으로 사육되어 1만4,000년 이전 여러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은 개보다 수천 년 뒤인 고대 이집트 시대로 알려져 있다. 애써 거둔 농작물을 훔쳐 먹는 쥐를 막기 위해서였다.
▦ 인간과 함께 한 역사가 차이 난 때문인지 몰라도 반려동물로는 개를 키운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의 경우 이른바 ‘퍼스트 독(First Dog)’은 초대 조지 워싱턴부터 시작되니 200년을 넘는다. 최근 대통령만 따져도 버락 오바마의 반려견 ‘보 오바마’(포르투갈 워터독)를 비롯해, 조지 W 부시의 ‘바니’ ‘미스 비즐리’(스코틀랜드 테리어), 빌 클린턴의 ‘버디’(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도널드 트럼프가 100여년 만에 개를 키우지 않는 미국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사정은 한국도 다르지 않다.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후 하와이까지 키우던 반려견(킹 찰스 스패니얼)을 데리고 갔다. 박정희 대통령의 진돗개 사랑도 유명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에서 선물 받은 풍산개 ‘우리’ ‘두리’를,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이긴 하지만 ‘누리’(보더콜리)를 선물 받아 키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지내던 삽살개 ‘몽돌이’를 청와대로 데리고 갔다.
▦ 고양이를 키운 대통령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매우 드물다. 반려동물 역사가 한국보다는 오래인 미국의 대통령 반려동물 리스트에도 고양이는 앵무새, 망아지, 토끼와 함께 드문드문 등장한다. 국내에서는 전무하다. 대선 주자인 안희정 후보는 반려묘 ‘하늘이’를, 문재인 후보는 유기묘 ‘찡찡이’를 키우고 있다니, 국내 첫 퍼스트 캣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개와 고양이는 습성이 매우 다르다. 개가 주인에 충성하는 동물인데 반해 고양이는 주인을 자기와 동거인(?!)으로 생각하는 듯이 비쳐진다. 사람의 감정을 살피는 능력도 개보다 고양이가 뛰어나다고 한다. 잘못된 대통령과 그에 충성하는 참모들이 법의 단죄를 받는 현실을 생각하면 청와대에도 퍼스트 캣의 존재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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