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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의 행복세상] 국민 행복을 높이는 진정한 정치

입력
2017.03.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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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경제발전과 비례하지 않아

정치가 갈등 치유해 행복 높여야

5ㆍ9 대선에서 그런 지도자 뽑히길

우리나라는 1973년 1인당 국민소득 406달러를 달성함으로써 UN이 정한 빈곤선인 '하루 1달러'를 넘어섰다. 이로써 하루 세끼 밥 먹는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 2년 뒤인 75년 필자는 공직에 입문해 2006년 말까지 31년 동안 경제 관료로 봉직했다. 1인당 600 달러 소득 수준에서 2만 달러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국경제론' 강의를 하다 보면 그들이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을 얼마나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국민이나 언론이 우리 경제를 평가할 때는 긍정적 면보다 부정적 면을 훨씬 더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국민들 스스로가 느끼는 행복감이 경제발전 정도에 비례하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인생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이라고 설파했다.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욕구도, 권력을 갖고자 하는 노력도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궁극적으로 행복을 얻기 위한 수단에 가까운 게 아닐까?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은 수단에 불과한 돈이나 권력을 얻기 위해 궁극적 가치인 행복을 희생할까? 필자가 칼럼 집필을 요청 받고 고민 끝에 '오종남의 행복세상'이란 제목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74년 미국의 경제학자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 교수는 ‘경제발전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논문의 결론은 일반적 상식과는 다소 배치되는 것이었다. 인간은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돈이 많을 수록 더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라고 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반박 논문을 끊임없이 발표하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행복이 소유한 재산에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지난 반 세기 동안 경제가 발전한 만큼 행복해졌는가를 물어보면 긍정적 답변도 있지만 부정적 답변도 만만하지 않다. "차라리 모두가 가난했던 옛날이 더 낫다"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다. 개정된 헌법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 여섯 분 가운데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첫 사례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파면 사유로 여러 가지를 적시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국민을 불행하게 느끼도록 한 잘못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국정 비전으로 제시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가 되고 말았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많은 국민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배신감에 분노했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의 절반이 조금 넘는 51.6%가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 한편,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도 48.0%로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세계적 현상이다. 영국의 브렉시트나 미국의 대선 결과를 보면 압도적 결과보다는 팽팽한 접전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브렉시트 결정에도 불구하고 영국 경제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이유는 브렉시트에 반대했던 국민도 투표결과에 승복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도 EU 탈퇴 협상을 국익에 최선이 되도록 하려고 고민하고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영국이 국민투표 이후 아직도 투표 무효소송이나 재투표 요구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대립하고 있다면 영국경제는 어떻게 될까?

이것이 진정한 정치의 역할이 아닐까?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적 통합을 이룸으로써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일이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닐까?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전 국민의 역량을 결집시킬 진정한 정치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다.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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